08 Aug. 2014
지난호보기
우리들愛

편지공모 우수작

꿈마루어린이집 원장님과 담임선생님께…

글. 이영수 (광주 동구 꿈마루어린이집)

원장님, 선생님 안녕하세요.
서은, 서호 아빠입니다.
추석 전에 전하고 싶었던 내용이 있었는데 마음 주변이 부산하다 보니 미처 다 작성치 못하였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보름달만큼이나 한껏 부풀었던 감정으로 적었던 터라 다소 민망한 느낌이 들어 새 마음으로 지면을 채워봅니다.

처음 어린이집 구경 갔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제법 날씨가 쌀쌀했었는데 새로 개원하는 어린이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그리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개원 행사로 바쁜 하루 끝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한 분 한 분 선생님들을 소개시키며 “맡겨 주시면 정말 열심히 하시겠다”던 말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아이만큼 성장하는 부모이기에 그때 저희는 딱 2살 부모의 눈으로 어린이집을 둘러보았던 것 같아요. “시설도 깨끗하고 넓네!”, “아직 새 건물 냄새가 많이 나는데 괜찮겠지?” 이런 애기를 했었지요. 중요한건 그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선생님들의 표정이나 눈빛 같은 것들이 더 많은 것을 의미했는데 그때 제대로 살피지 못했어요.
‘이제 서호한테 더욱 집중해야 하니깐~ 서은이는 여기에다 맡기자’라는 마음뿐이었어요.

서은이를 보내고 나서 얼마간은 유난떠는 부모가 되었어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내가 몸이 회복되기 전부터 제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게다가 서툴기까지…. 대수롭지 않은 일들도 대수롭게 넘길 수 없는 상황을 종종 겪다보니 그러지 말아야지 했던 조바심 내는 어른이 되어 있더라고요. 저희로 인해 혹여 불편함을 느끼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면서도 그런 경향이 하루 이틀에 쉽게 수그러들진 않았습니다.
서은이는 너무나 밝고 사랑스런 아이로 크고 있습니다. 조바심 내고 확신을 갖지 못했던 저희와는 다르게 서은이는 진심으로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고 따랐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오히려 그런 아이를 보면서 저희는 반성하고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서호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주시던 원장님 모습을 종종 떠올립니다. 꽤 오랫동안 고민을 하던 부분이었는데 너무나 흔쾌히 기쁜 표정으로 맞이해 주셨던 말투와 모습은 떠올리면 고맙기 그지없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서호에 대한 문제는 진행형이고 여전히 때때로 잠 못 들게 가슴을 콕콕 찌르는 아린 바늘과도 같지만 전보다는 느끼는 죄책감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서호로 인한 부모 상담을 받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애기였는데 쉽지가 않네요. 서호가 무릎을 때리고 침을 흘리고 운동장에 가면 주저앉아 돌을 집어 먹고, 때때로 잠을 안자고 어둠속에서 박수를 치면서 소리를 칠 때도 저는 그저 누워서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뭔가 해줘야 하는데 몸은 지치고 마음은 불안하고, 그런 몸과 마음에 무겁게 미안한 마음이 쌓이곤 합니다. 두껍게 쌓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우울해지고 아내와 다투고 서호에겐 다그치고 서은이는 불안해합니다.

서호가 서툴게 숟가락질을 하게 되고 가끔 뜬금없이 서은이를 안아주는 것 이상으로 제 마음의 여유가 한결 생겨났어요. 이제는 어린이집이 저나 아내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더 서호, 서은이를 잘 보살펴 준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집에서 함께 보조를 맞춰 자극을 해줘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못해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든 대신에 어린이집에 대해서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그 자리를 메우네요. 장황하게 쓰지 않으려 했는데 이런 저런 마음에 차올라서 긴 글이 됩니다. 그만 줄여야 하는데 담임선생님께 각별히 고마운 마음을 말씀 못 드린 거 같아서요.

서은이는 주말이면 선생님 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서호 보내놓고 미안한 마음에 더 고마운 마음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솔직히 염치가 없어져서 미안한 마음 안 가지려고 합니다. 온전히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서호, 서은이 맡기고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하면서 참 훌륭한 직업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날은 참 아침햇살도 밝았고 오랜만에 지각도 안 해서 여유도 있어 기분이 좋았었는데 왠지 어린이집 선생님이 선생님을 지칭하는 대명사인 것처럼 완벽히 어울린다 여겨졌어요. 아마 좋았던 기분에 동조해서 더욱 완벽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이후로도 한결 같이 아이들을 위해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니 그때 들었던 생각이 순전히 햇살이 밝았기 때문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저희가 마음으로 많이 믿고 있습니다.

원장님과 담임선생님 외에도 모든 선생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하는데 재주가 없음을 해량해 주세요. 서호가 뭔가를 하고 우쭐해 하는 표정을 지을 때마다 어린이집에서 얼마나 관심과 격려를 받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서호, 서은이를 아껴주어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서호, 서은이 아빠 엄마가

발행일 : 2015. 11. 3 | 전화 : 02-6360-6241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Copyrights(c) 2009~2015 <웹진 아이사랑> All Rights Reserved. 웹진 아이사랑의 모든 콘텐츠에 대한 무단도용이나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