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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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천사들을 만나다

글. 정신애 (서울 금천구 서울디지털직장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높은 이직률은 교사 생활 3년차에 많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제게도 피해 갈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예뻤지만 9시에 일과를 시작해서 6시까지 보육을 진행하고, 한 명의 교사가 다수의 아이들을 케어 해야 함과 동시에, 보육시간 이후에 수업준비가 이루어져야 해서 야근이 당연하고,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절대 아파서도 안 되고, 힘든 티를 내서도 안 되는 직업입니다. 아이들은 교사의 거울이니까요. 우리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까요. 그게 저희를 더욱 지치게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칠 대로 지쳤으므로, 2015년 2월 아이들과 즐겁게 마무리하고 잠시 이 길을 떠나 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석에 이끌리듯 지금 현재 있는 어린이집의 면접을 봤습니다. 원장님의 인상이 참 좋으셨고, 말씀하실 때 한 마디 한 마디, 교사에 대한 고충을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위로가 되었습니다. 젊으셨고,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으셨고, 제 이야기에 매우 공감 해주셨습니다. 교사 경력이 많으신 원장님임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확실히 느꼈습니다.
‘원장님과 함께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저녁 합격했다는 전화를 원장님께 직접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통합보육을 하는 아이들을 돌봐주고 학부모님께 인사하러 간 찰나 한 아이가 엄마를 끌며 제게 달려왔습니다.
좀 전 함께 놀이하던 수현이였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아, 수현이가 선생님한테 꼭 인사를 하고 가겠다고 해서요. 수현아! 선생님께 인사드리자.”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우리 또 만나요.”

한 번 봤는데도, 교사에게 인사하기 위해 엄마의 손을 끌고 재촉하던 아이, 얼굴에 활짝 핀 미소를 보고 마음이 핑크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작은 천사가 저를 향해 웃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좋은 인연이 되어 만난 푸우반 친구들, 어찌나 예쁜지 줘도줘도 더 주고 싶고, 좋은 게 있으면 자꾸 생각나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문장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제 표정이 힘들어 보였는지, “선생님 힘들어요? 선생님 그럼 내가 어깨 주물러줄까요?” “선생님 어때요? 시원해요?” 한 아이에서 어느새 열 두 아이가 붙어서 제 어깨를 ‘주물주물’ 주물러 주며 웃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요.

“선생님, 선생님은 진짜 예뻐요, 왜 이렇게 가위질을 잘해요?”
“그거야 푸우반 선생님이니까 그렇지.”
“선생님은 진짜 멋있어.”
“토요일이 되는 게 슬퍼요. 선생님을 못 보잖아요. 하지만 제 마음속엔 선생님이 있을 거예요” 라고 말하는 천사들, 친구와 다퉜을 때에도 3초 안에 뒤돌아서면 ‘하하 호호’ 웃으며 놀이하는 순수한 천사들을 만났습니다.

“선생님 이거 뭐예요?”
“선생님이 푸우반 친구들 위해 물감 찍기 활동 준비했지.”
“우와 선생님 진짜 고마워요. 선생님이 최고야.”
교사를 최고라고 외쳐주는 아이들 덕분에 희망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을 닮았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아이들을 위해 힘써주시는 것 같아 고마움을 느껴요”
“우리 아이가 오늘 어린이집에서 너무 재미있는 활동을 했다고 자랑 하네요. 감사합니다.”
각박한 시대에 가뜩이나 말과 표현에 인색해져 있을 때인데,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나갈 법도 한데, 우리 어머님, 아버님은 참 신기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긍정적인 말만 골라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마음이 비단결 같이 곱고 순수한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모두 우리 부모님들 덕분입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했어요. 정신애 선생님 덕분에 힘이 납니다. 뭐 더 필요한 거 없어요?
오늘은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힘든 것 있으면 표현하고 이야기해요. 내가 다 들어줄게요.”
교직원 16명과 아이들 100여 명을 끌고 가시면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시는 채수연 원장님을 만났습니다.

이제 4년차, 천사들을 만나 보육교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평생의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천사들을 만나 꿈을 찾고, 행복을 찾고, 희망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더 고맙다, 사랑한다, 표현하고 싶습니다.
자랑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 우리 부모님들, 우리원장님을요.

발행일 : 2015. 9. 2 | 전화 : 02-6360-6241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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