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지난호보기
아이 즐거워요

아이들의 피부에 로션을 발라주세요

글․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주치의)
추혜인 박사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보다 보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전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아이들의 피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원래 따뜻한 기후는 아토피 피부염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지금과 같은 점진적인 기후변화는 오염물질과 알레르기물질의 증가를 유발하여 아토피 환자를 늘어나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점점 아이들의 피부가 약해지는 건 아닐까 부모들은 걱정이 됩니다.

아이들의 피부, 여름에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면 흘리는 대로, 가을이 되어 건조해지면 건조한대로 힘듭니다. 스테로이드를 쓰면 분명 좋아지는데, 부작용과 내성을 생각하니 언제까지 계속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려워하는 아이들을 두고 볼 수도 없지요.

이런 아이들의 피부를 평소에 잘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보습입니다. 피부에 수분만 잘 공급해주고, 로션만 잘 발라줘도 스테로이드 쓰는 양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건조한 피부는, 피부층을 이루는 세포와 세포 사이의 탄력이 없어져서 피부 장벽기능이 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보습을 해주어 세포와 세포 사이의 탄력이 생기면 피부 장벽기능이 유지되어서 아토피를 일으키는 항원에 대한 면역력도, 세균, 바이러스, 진균(곰팡이)에 대한 면역력도 자연히 높아지게 된답니다. 그러면 이런 보습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땀띠, 아토피에도 로션을 쓰나요?

피부에서는 계속 수분이 증발하고 있습니다. 땀띠가 생긴 피부는 얼핏 보기에는 촉촉해 보이지만, 땀에는 수분과 염분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땀이 난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하면 염분만 남아 있게 되어 건조해지고 피부 자극이 심해지게 됩니다. 초기 땀띠는 땀을 물로 씻어주고 로션을 발라주면 잘 진정되는 편입니다. 아토피 피부염 역시 피부 장벽기능을 형성하는 필라그린 등 피부단백질이 부족해지는 증상이 보고된 만큼, 로션과 같은 보습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어떤 로션을 쓰면 좋나요?

어떤 브랜드의 로션도 관계없습니다. 아이들의 피부에만 맞는다면 (아이들의 체질에 따라 특정 로션에 포함된 성분이 자극 반응,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낼 수 있으니 그 로션을 발라서 자극이 없다는 것을 꼭 확인하세요!), 보통의 보습로션으로도 충분합니다. 아토피 전문 브랜드라고 광고하는 고가의 보습로션과 시중에 나와 있는 중저가의 보습로션들을 사용하여 아토피 피부염 호전 정도의 차이를 보는 연구를 시행했는데, 연구 결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아이들마다 각자에게 맞는 보습로션이 있었던 것이지요. 다만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아이들은 세라마이드 성분이 강화된 보습로션을 바르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브랜드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양을 매일 발라주는 것입니다.

 

로션은 얼마나 발라야 하나요?

하루에 4~5번 정도 로션을 전신에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려워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 곳은 좀 더 집중적으로 발라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주일에 200~250g 정도의 로션을 발라줍니다. 상당히 양이 많지요? 로션을 자꾸 바르다보면 우리 아이들의 몸에서 생산되는 피부의 자연보습인자가 덜 생산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로션을 바른다고 이런 자체적인 보습능력이 절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부가 건조하여 탄력을 잃고 가려움증이 생기면, 자주 긁어서 상처가 나게 되고, 그러면 피부의 장벽기능이 손상되어 자연보습인자의 생산이 더 줄어들게 됩니다. 보습을 통해 피부 장벽기능이 강화되면 피부의 면역조절반응도 좋아지게 되는 선순환이 생깁니다.

 

로션은 언제 발라야 하나요?

수시로 발라줍니다. 목욕을 하고 난 후에는 반드시 3분 이내에 온 몸에 로션을 바릅니다. 그리고 하루 중에도 수시로 로션을 덧발라 줍니다. 로션을 바르기 위해 몸을 씻을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몸이 더럽거나 땀이 많이 난 경우는 간단히 샤워를 하여 자극물질, 땀을 씻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부가 많이 건조한 경우 10분 정도 미지근한 물에 통목욕을 하여 피부에 수분을 흡수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절대 오래 목욕하거나 때를 밀지 마세요. 비누도 굳이 사용할 필요 없답니다. 눈에 띄게 더럽거나 오염된 상태만 아니라면 로션을 계속 덧발라 주어도 관계없습니다.

 

이럴때는?아이들이 로션을 바르기 싫어해요

보습로션을 바르기 귀찮아하거나, 보습로션의 끈적한 질감을 싫어하여 거부하는 아이들이 간혹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가려워서 긁고 있을 때 바로 로션을 발라주어 보세요. 가려움이 가시고 편안해지면서 로션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듭니다. 또 돋보기를 이용해서 로션을 바르기 전의 거친 피부와 로션 바른 후의 부드러운 피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도록 해주세요. 끈적한 것을 너무 싫어하는 아이들에겐, 수분이 많이 함유된 로션을 자주 발라주는 방법을 써 보세요.

보습로션은 치료제가 아닙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급성기나 땀띠가 너무 심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 등의 치료제를 꼭 써야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라면 보습만 잘 해주어도 피부를 잘 진정시켜 급성기가 오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아토피 피부염이나 땀띠로 고생하지 않더라도, 환절기 피부 건강을 위해서는 로션을 꼭 발라주시는 것이 좋겠죠? 오늘부터라도 아이들을 꼭 껴안고 로션을 듬뿍 발라주세요.

발행일 : 2015. 9. 2 | 전화 : 02-6360-6241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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