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지난호보기
우리들愛

편지공모 우수작

지구하늘반 친구들에게

글. 김현주 (충북 육군 1987부대 우주어린이집)

너희를 처음 만난 건 무더위가 한 풀 꺾여 시원한 바람이 불던 10월이었어.
아무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만난 그때의 너희들은 지구하늘반이 아닌 해반 친구들이었지. 처음 만난 날 어색해하며 낯을 조금 가려 많이 걱정되었지만 유아수첩에 적힌 ‘우리반에 이쁜 선생님이 왔어!’ ‘나도 선생님이 생겼어!’라고 말하며 엄마아빠께 재잘재잘 했다던 너희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힘을 내며 어떻게 하면 너희에게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했던 것 같다.

날 만나기 전 짧은 기간 동안 너희는 여러 번 선생님이 바뀌었었지. 우리가 만날 운명이었던 건지, 원래대로라면 다음 해에 볼 수 있었을 텐데 행운의 여신은 우리의 편이였는지 조금 빨리 만날 수 있었어. 처음엔 낯을 많이 가리고 잘 안기지도 웃어주지도 않던 너희가 조금씩 한발 한발 다가와 처음엔 손을 잡아주고, 살포시 안기더니 어느새 내 몸을 놀이기구 타듯 너희의 편안한 안식처인 듯 안기는 순간 선생님은 얼마나 감동했는지, 얼마나 행복했는지, 얼마나 울컥했는지 모를 거야.

이제 막 초임선생님인지라, 다른 선생님들보다 기술도 부족하고 모자라게 주는 것만 같아 이 세상 어떤 선생님보다 너희를 사랑해주는 방법밖에 없었어. 그런 날 너희는 선생님에서 어느 순간 “엄마!”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이 엄마지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고, 집에 가서는 “우리 선생님이 이렇게 하라고 했었어!”라고 말하며 날 신으로 만들어 주었어. 이제는 어린이집 근처에 살고 있는 다른 어린이집 친구들도 선생님을 지구하늘반 선생님으로 알 수 있게 해준 너희들. 조금은 고된 몸을 이끌고 퇴근 준비를 마친 후 밖으로 나가면 부모님과 놀이하고 있던 너희가 어느 순간 달려와 “선생님!”하고 부르며 안기는 순간 하루의 고된 힘듦은 어느새 가셔 행복한 웃음으로 온다는 걸 너희는 알까? 쉬는 날도 하루 종일 너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뭘 해야 즐거워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까? 알지 않아도 좋아. 선생님은 너희가 행복해 하는 모습만으로도 이 세상 모든 걸 얻은 기분이거든.

너희를 만난 후 선생님은 8명의 내 아이들이 생긴 거 같아 매일 매일이 행복하단다.
선생님이 나오지 못한 날이 한 번 있었어. 너희는 집에서 “우리반 선생님이 오늘 안 왔어. 왜 안왔을까?’ 라고 말했다고 했지. 그리곤 다음 날 선생님을 보자마자 “선생님! 왜 안 왔어요! 보고싶었잖아요’라며 다그치는 너희의 모습에 감동과 함께 웃음이 나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선물 받은 거 같아 행복하단다.

4살의 해반 친구들에서 이제는 어엿한 형님이 되어 5살 지구하늘반 친구들로 다시 한 번 함께 하는 우리 이쁜 민철이, 인우, 은성이, 시윤이, 주연이, 유건이, 지유, 지율이 낮잠 시간이면 투정 한 번 없이 “선생님 잘 자요! 이따 만나요”라며 너희의 이부자리도 내 주며 누으라고 말하는 사랑스런 천사들. 매 순간 순간 너희와 함께라서 너무너무 감사해.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 선생님을 너희의 사랑으로 감싸주어 최고의 선생님으로 만들어 주어 감사해. 모자란 선생님이지만 언제나 잘 따라와 주어서 또 감사해.
함께 할 수 있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서 매일 매일 감사해.
첫 아이들인 만큼 시간이 흘러 선생님의 머리에 눈이 내리는 날이 와도 너희의 얼굴 하나하나 잊지 못할 거야.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천천히 사랑스런 추억 선물 많이많이 만들어 가자.

사랑해 지구하늘반♥

발행일 : 2015. 9. 2 | 전화 : 02-6360-6241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Copyrights(c) 2009~2015 <웹진 아이사랑> All Rights Reserved. 웹진 아이사랑의 모든 콘텐츠에 대한 무단도용이나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