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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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공모 우수작

엄마가 보육교사라 미안해…

글. 이미정 (부산 사하구 양지마을어린이집)

나는 결혼 9년차, 엄마 6년차, 보육교사 13년차인 어린이집 교사다.

아이가 밤새도록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여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어나서 병원부터 달려간다. 오전 등원시간…. 바쁜걸 알지만 병원은 다녀와야 하기에 동료교사들한테도 미안한 마음이다. 병원을 다녀와 허겁지겁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하니, 아침부터 힘이 빠진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데 오늘따라 우리반에 아픈 아이들이 많다. 열나고 아픈데 맞벌이 가정의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맡긴다는 학부모의 말이 오늘따라 더욱 짠하다. 나는 그래도 편찮으시지만 아이가 아플 때 봐줄 수 있는 친정엄마가 계시니 다행이다. 열나고 아픈 우리반 아이를 보니 집에 있을 딸이 더욱 생각난다. 그래도 나는 보육교사라 딸아이는 잠시 잊고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은 보육교사 엄마가 되기 위해 그리고 나에게 자신들의 소중한 자식들을 믿고 맡긴 학부모와 우리반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픈 아이의 열도 수시로 체크하고 다른 데 아픈 곳은 없는지 더 꼼꼼히 살핀다.

어느 날은 딸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는데 아이가 자꾸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평소 우리반 이이들한테는 "실수해도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라고 다정하게 말하는데 딸아이한테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단호하고 무섭게 윽박지르게 된다. 보육교사라면 아이의 감정을 읽고 다정히 대할 수도 있을 텐데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린이집에서 우리반 아이들에게 모든 에너지와 사랑을 쏟고 와서일까? 집에 오면 딸아이 안아 줄 힘도 없을 때가 많다. 윽박지른게 미안해서 잠자리에서 “아까는 엄마가 미안했어!” 라고 말하자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 있었는지 한소리를 하는 딸! “엄마? 지금 엄마는 선생님이야? 엄마야? 엄마는 나보다 엄마 어린이집 아이들이 더 좋아? 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게 웬 날벼락 같은 이야기인가…. “당연히 세상에서 엄마 딸이 제일 예쁘고 가장 많이 사랑하지.” 라고 말해도 고개만 갸우뚱 갸우뚱! 도대체 보육교사이면서 왜 그런 걸까? 그 누구보다 이맘때쯤 아이들의 발달과 정서를 잘 알면서…. ‘반성하자’ 하고 다짐해본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가정통신문을 확인하는데 우리 어린이집 행사와 같은 날이 되어 딸 아이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된 상황…. 참여 여부를 묻는 사전 설문지에 '할머니 참여'라고 쓰는데 갑자기 울컥 한다. 내 아이의 어린이집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내 아이의 예쁜 모습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보육교사인 것이 조금은 후회스럽다. 그렇다고 미리 계획된 우리어린이집 행사날짜를 바꿀 수도 없고, 더군다나 내가 담임인데 행사에 참여 안 할 수도 없으니…. 아쉽지만 내년엔 서로 겹치지 않게 되기를 바라본다.

딸아이가 어릴 땐 흥얼거리는 노래를 따라 불러주자 어느새 말도 늘고 노래실력도 늘어 주위에서 “엄마가 선생님이라 그런가 다르네…. 참 잘하네~” 라는 소리를 곧잘 듣곤 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가 보육교사라 미안한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몸이 자라는 만큼 생각도 자라는 딸아이를 보며 엄마가 선택한 ‘어린이집선생님’이라는 멋진 직업을 이해해 주리라 믿으며 오늘도 나는 아줌마 보육교사의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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