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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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공모 우수작

날개 달린 꽃

글. 이정선 (광주광역시 북구)

외손녀가 다니는 ‘전원어린이집’에서는 이름 그대로 전원에서 맘껏 뛰어 놀게 하며 전인교육을 시킨다. 아이들과 마주이야기를 나누며 받은 감동이나 새로 발견한 행동거지는 아이들과 부모와 어린이집이 서로 공유한다고 한다. 네 살짜리 새싹 반 조인의 활동기록장에 선생님이 써 보낸 글을 요약해보면.

‘날개 달린 것들을 알아보는 수업시간이었다. 날개의 밑천이 다 떨어져갈 무렵 인이가 날개달린 꽃도 있다고 하였다. 꽃 이름은 생각나지 않은지 선생님이 내민 종이에 민들레 씨앗이 바람에 날아오르는 그림을 그려서 모두들 감탄했다’는 내용이었다.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엉뚱한 생각일지라도 묵인하지 않고, 개성 하나하나에 칭찬의 날개를 달아준 지혜로운 선생님이 아닌가. 선생님이나 그 아이 엄마가 받았을 감동의 큰 물결, 파문이 내 가슴속 깊은 곳까지 전해져 일렁인다.

며칠 전 지인에게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자기 아빠가 꽃그림이 그려진 표지만 보고 민들레꽃을 좋아하는 엄마가 생각나서 사왔다는 동화책이다. 엄마에게 유아용 동화책을 선물한 자기 아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부부 금실이 유별나 한 달이 멀다하고 여행을 다닌다는 노부부의 순애보에 찬사를 보냈으며, 내 생전에 그런 순수한 사랑 한 번 받아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딸네 집 가던 날 그 동화책을 받아 쥔 인이가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더니 “끝” 하고 옆으로 밀쳐놓은 것을 보았다. 그런데 기와지붕위에 민들레가 피어 있고 한쪽에는 꽃씨가 바람에 두둥실 날아오르는 맨 끝 부분을 어느 틈에 각인 시켰더란 말인가?

옛 서당에서는 민들레를 앞마당에 심고 훈장을 포공영(蒲公英)이라 부르며 포공구덕(蒲公九德)을 가르쳤다 한다. 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어나 어떤 환경이나 여건을 억척스럽게 이겨낸다 해서 인(忍)이 일덕(一德). 뿌리를 잘게 쪼개거나, 햇볕에 말려 심어도 싹이 돋아나기에 강(剛)이 이덕.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고 한 꽃대가 피고나면 기다렸다가 피는 차례를 아는 꽃이라 예(禮)를 삼덕. 잎은 쌈나물, 뿌리는 차 또는 술로 온몸을 바쳐 우리를 돕는다 해서 용(用)이 사덕. 꽃에는 꿀이 많아 벌을 끌어 들이니 정(情)이 오덕. 잎과 줄기를 자르면 하얀 젖물이 나오므로 사랑(慈)이 육덕. 머리를 검게 하는 한약재로 노인을 젊게 하니 효(孝)가 칠덕. 즙으로 종기나 검버섯을 없앤다 해서 인(仁)이 팔덕. 씨앗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자수성가 하니 그 용(勇)이 구덕이라 한다.

누군가는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노라’고 했다. 백 번 맞는 말이다. 요즈음 같이 선생은 있으나 잘못을 지적하여 올바로 가르칠 스승이 없다고 아우성인 세상에 이런 어린이집이야 말로 포용구덕의 초석을 마련해놓고 포공영들이 송이송이 아름다운 민들레꽃을 피워내지 않는가.

솜털 뽀송뽀송 꼬맹이 아가씨, 인아! 어지러운 세상을 치료해줄 요긴한 약재(민들레의 약명(藥名)이 포공영)로 피어나거라. 민들레 씨앗의 새하얀 폭죽 향연, 소리 없는 함성은 계속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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