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지난호보기
어린이집 운영의 달인되기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어울려 행복한 공간

글. 구미아 (수원 시립서호어린이집 원장)

양승연 (서울 마포 아기나라어린이집 원장)

시립서호어린이집은 봄이면 벚꽃길이 아름답기로 소문 난 수원시 화서동 서호꽃뫼공원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2014년 1월에 위탁받아 3월에 개원을 하였고, 장애아 보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수원시 최초의 장애아전문 어린이집입니다.

장애아전문어린이집이지만 정원의 40%를 비장애아가 재원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장애아 27명과 비장애아 24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원시에는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곳은 여러 곳이 있었으나, 장애아를 전문적으로 보육할 어린이집이 없어 장애아 보육이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시립서호어린이집은 염태영 수원시장의 장애아보육에 대한 많은 관심과 남다른 애정으로 맺어진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원시 최초 장애아전문 ‘시립서호어린이집’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개원 할 당시 장애 영·유아들이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전문적인 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 이를 통해 가정에는 희망이 되고 교직원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어린이집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염원 아래 빠른 시일 안에 어린이집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다짐하였지만, 원아모집을 하며 주변의 편견과 우려 섞인 이야기는 지금도 제 머릿속에서 지원지질 않습니다.
비장애아 학부모님께서는 ‘우리 아이가 장애아동과 함께 지내다 보면 이상한 행동을 따라하지 않을까요?’, ‘장애아동들이 혹시나 돌발행동을 해서 우리 아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요?’ 라는 걱정들을 많이 하셨고, 반대로 장애아 학부모님께서는 ‘비장애아동과 함께 지내다 보면 우리 아이가 소외되진 않을까요?’, ‘다양한 장애아동들의 수준을 어떻게 맞출 수 있나요?’ 등 정말 많은 질문과 의구심으로 한 학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우려와 주변의 염려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어린이집을 빨리 안정화 시키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우리 아이들을 안심하고 편안하게 맡길 수 있도록 신뢰감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몇 가지 요약해보겠습니다.

 

‘만점’으로 평가인증 통과

첫 번째로 중점을 둔 것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평가인증을 통과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2012년 8월 5일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아전문어린이집으로 지정 받으려면 일반지표로 평가인증을 먼저 받고, 평가인증을 통과한 후 한 달 이내에 장애아전문 지표로 다시 확인점검을 받아야 비로소 장애아전문어린이집으로 시군구에서 지정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평가인증을 두 번 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지만 그것은 현실이었고, 장애아전문어린이집으로 지정 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피할 수 없는 것은 평가인증을 통과하는 것이었습니다.

평가인증을 준비하며 어려웠던 점은 신입교사가 많았던 터라 평가인증에 대한 지표를 숙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3월 개원과 동시에 평가인증 준비를 하게 되니 외부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가는 시간도 아까워 어린이집 강당에 모여 지표를 공부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마치 중고등학교로 돌아간 것처럼 지표를 일일이 손으로 적어가며 외우고 잘 따라와 준 교사들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합니다.

2014년 6월 현장관찰자가 다녀가고, 8월에 나온 평가인증 결과는 저를 비롯한 저희 교직원들도 모두 놀랄만한 점수인 ‘만점’이었습니다. 그동안 개원과 동시에 3개월 만에 평가인증을 준비하며 ‘일단 평가인증을 통과해서 장애아전문어린이집으로 지정 받는 것’이 목표였는데, 과분한 점수로 평가인증을 통과하게 되었고, 이후 평가인증 만점이라는 점수에 자만하지 않고 장애아들을 위한 더 나은 보육환경을 마련하고자 고민하며 수정·보완하여 장애아전문 지표로 확인점검도 무사히 통과하면서 수원시 최초의 장애아전문어린이집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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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아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

두 번째로 중점을 둔 것은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운영입니다.
오감발달 요리활동, 동물체험, 사회적응 프로그램, 숲 체험활동 등을 통해 오감으로 직접 부딪치며 경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특히 장애아가 비장애였다면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수정된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모두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편견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며, 나와 다르지만, 다름을 이해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1. 오감발달 요리활동

월1회 다양한 요리활동을 통해 오감으로 직접 부딪히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요리활동을 통해 관찰, 분류, 측정 및 의사소통의 과정을 통하여 감각적 경험, 운동기술, 인지적 개념과 사회, 정서발달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더불어 흥미로운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편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기도 합니다.

2. 동물체험

월1회 예방접종과 방역이 완료된 동물들과 동물 관련 전문가가 어린이집에 방문함으로써 몸이 많이 불편한 친구들도 가까운 곳에서 동물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동물체험을 통해 장애영·유아들은 인지능력 발달, 언어발달, 정서발달, 사회성 발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3. 사회적응프로그램

월1회 진행되는 사회적응프로그램을 통해 생활 주제와 적합한 활동을 중심으로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아동의 연령과 발달수준에 적합한 사회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장애아동의 일상생활능력, 의사소통능력, 과제수행능력, 대인관계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또한 사회규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자기 자신도 만족할 수 있는 독립적인 생활 유지를 위한 사회적 자립을 돕기도 하며, 이로써 지역사회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4. 숲 체험 활동

서호어린이집이 공원 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 않아도 어린이집 주변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일 공원과 서호천 등을 산책하며 영유아들은 자연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직접 느끼고, 자연물을 활용한 놀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숲 체험 활동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면역력이 향상되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노는 과정을 통해 신체적인 힘과 지구력이 강화됩니다. 또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숲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아를 발견하게 되어 자발적으로 놀이를 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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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애영유아를 위한 프로그램

  1. ① 개별화교육프로그램(IEP)
  2. 장애영·유아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일반 영·유아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하되 영·유아의 필요에 따라 적절한 지원이 포함됩니다. 이때 영·유아 개개인 마다 장애 정도나 유형이 다르므로 필요로 하는 지원도 모두 다르게 됩니다. 따라서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영·유아의 개별적인 특성과 요구에 따라 특별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촉진하고 아동들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고 개별적인 교수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3. ② 감각통합치료
  4. 감각통합이란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감각(촉각, 전정감각, 고유수용감각, 청각, 시각, 미각 등)의 정보들을 신체나 주변 세계에 대한 지각이나 적응반응, 학습과정 혹은 신경기능의 발달에 사용하도록 조직화하고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이 때 문제가 있어 운동 발달이 지연되고 신경, 청각, 미각 등에 지나친 예민함을 보이는 감각반응 증상을 보이는 장애영·유아들에게 촉각, 전정감각, 고유수용성감각, 청각, 시각, 미각 등 체계적인 감각·운동 경험을 통해 감각통합의 조직화 과정을 촉진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5. ③ 언어치료
  6. 장애영·유아들은 언어발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또래와의 낮은 사회성, 학습과 정보 공유의 어려움 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어 발달 수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장애영·유아들에게 즐거운 언어 환경 속에서 놀이를 통한 언어 치료를 실시하여 전반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진세 번째는 모든 영유아의 바람직한 성장 발달을 위해서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 및 자체연수를 통한 교직원과의 협력입니다.
모든 교직원은 아동학대 예방, 심폐소생술, 상호작용 및 행동지도, 장애아보육, 교사성품 교육 등 외부에서 실시하는 교육 외에도 원내 자체교육을 실시하여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애아전문어린이집 교직원은 장애영·유아의 정상발달을 촉진시키는 보육교사의 역할과 2차적 장애 예방과 장애 극복을 위한 특수 교육적 활동을 수행하는 유아특수교사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어린이집처럼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재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개개인의 독특한 특성에 맞는 세심한 배려와 전체 교직원의 협력체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부 교사만 열성적이거나 담임교사에게만 지도를 맡겨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고 특수교사, 보육교사, 치료사의 원활한 상호작용으로 서로 협력하여 장애영·유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영·유아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모두가 지도에 참여하려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원장뿐 아니라 모든 교직원이 참여하는 사례회의를 주1회 실시하여 장애영·유아에 대한 관찰 내용을 공유 및 기록 관리하여 치료계획수립 및 부모상담 시에 자료로 활용합니다.

네 번째는 장애영유아에 대한 이해 및 가족과의 협력입니다.
자녀가 장애진단을 받으면 부모에게 나타나는 반응은 어떠할까요? 장애아동의 진단에 대한 부모의 반응을 한마디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장애자녀가 태어나는 순간 ‘꿈꾸던’ 아이가 ‘뜻밖의’ 아이로 태어났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많은 학자들(Anderegg, Vergason, & Smith, 1992)은 장애진단에 대한 부모의 반응을 단계이론(stage theory)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충격과 부인, 2단계는 원망, 3단계는 흥정, 4단계는 좌절과 낙담, 마지막 5단계는 수용의 단계입니다. 장애아의 부모가 마지막 단계인 수용의 단계에 도달하기까지의 기간은 부모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어떤 부모는 빨리 도달하나 어떤 부모는 그 속도가 느리며, 일부의 부모들은 자녀의 장애상태를 현실적으로 직시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장애-부인, 원망, 흥정, 좌절을 거쳐 수용하기 까지

저의 경우는 위의 다섯 단계를 몇 번씩이나 반복한 것 같습니다. 26주 만에 910g으로 태어난 딸아이가 뇌병변과 청각장애라는 장애진단을 받았을 때 앞이 정말 캄캄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되 뇌이며 죄책감에 빠지기도 했었고, 하늘을 원망해 보기도 했었고, 좌절과 절망도 해 보았지만 아이의 상태는 하루아침에 좋아지질 않았습니다.

책을 통해 어느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당신이 일생을 아이의 장애에 집착해 한탄하며 보낸다면 당신은 아이의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점을 절대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절대!(아이의 진실. 2003)”이 말은 저에게 비수와도 같이 가슴에 꽂혔고,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남과 다름을 인정하며 특별함을 찾게 된 순간부터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감사할 조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다 나은 교육적 환경을 위해 특수교육을 공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부모가 장애자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부모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그들의 인내를 격려해주고, 현실적 기대를 갖고 적절히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사례회의를 통해 장애영·유아에 관한 관찰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부모상담, 교사와 부모 그리고 영·유아와의 친밀감 형성을 위한 부모참여수업이나 부모교육, 지역사회 전문기관의 관련 정보 제공 및 연계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부모님들은 장애영·유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아이를 키우며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들과 서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면서 위로 받기도 합니다.

모든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고 까다롭습니다. 특히나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역할은 더욱 그러합니다. 장애로 인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풍부한 재능을 가리지 않도록 아이의 무능력으로 인해 능력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장애영유아의 경우 조기발견도 중요하지만, 치료를 통한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잠재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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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는 열린 마음 중요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장애아전문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저희어린이집의 운영 내용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제가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많은 특수한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니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 전문적인 지식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특수한 아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눈빛으로 바라봐주고,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 주며, 그리고 사랑과 관심으로 보듬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성취에도 끊임없는 칭찬과 격려로 지지 해 주고 반복적인 연습과 특별한 중재로 노력을 기울이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준다면 분명 눈에 보이는 달라짐이 있을 것입니다. 단지 속도가 늦을 뿐입니다.

얼마 전 저희 어린이집에 뇌병변 1급 장애유아가 입소 문의를 하고자 방문했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장애영·유아의 대기자가 여러 명 있어도 특수교사의 수급문제로 반을 증설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모든 영·유아들이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교육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특히 장애아보육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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