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지난호보기
아이 즐거워요

상상력 팡팡! 자연은 보물창고

글․ 박은영 (그림책놀이교육전문가, 문학박사, 네이버 대표카페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운영자, 저서 『뚝딱! 100권 엄마랑 그림책놀이』 등)
박은영 (그림책놀이교육전문가)


그림책은 다리입니다. 아이와 부모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말이에요. 부모인 우리는 그림책이라는 다리를 건너 아이의 마음속을 오고 갑니다. 부모 역시도 다리입니다. 그 다리는 아이와 그림책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라는 다리를 통해 그림책을 들락거립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두 종류의 상호작용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사이에 둔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 부모를 사이에 둔 그림책과 아이의 상호작용.

육아의 어려움이란 상호작용의 어려움에서 비롯하기도 합니다. 생활습관 가르치기만 해도 그래요. 씻기 싫다, 이 닦기 싫다고 버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노라면 엄마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감정은 부글거립니다. 그 와중에 황소고집을 부리는 아이 마음을 이해하고 토닥여주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버럭 윽박지르지만 않아도 참말 다행이지요. 아이 역시도 그럴 거예요. 툭하면 씻으라는 엄마 말은 더도 덜도 없이 딱 잔소리입니다. 손은 어린이집 다녀와서도 씻었는데, 이는 아침에도 닦았는데 왜 또 씻고 또 닦으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서로의 마음이 챙챙 부딪히기만 하니 씻고 닦는 사소한 일이 매번 전쟁처럼 느껴질 수밖에요.

이럴 때 서로의 마음에 가닿는 그림책 다리를 놓아보세요. 그림책은 우리가 마주한 문제를 객관화시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요. 부모는 그림책을 읽으며 씻기 싫다는 아이 마음을 긍정해줄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이는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그림책 속 등장인물에게 공감할 거예요. 나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낄 테지요. 불뚝거리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씻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씻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 상황을 확실히 인지함으로써 싫지만 그래도 씻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메르스가 기승을 부립니다. 어느 때보다 개인위생이 강조되는 이 때, 여전히 씻기 싫다고 쇠심줄 고집에 눈물바람까지 하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신 부모님들께 맞춤 그림책 놀이 처방전을 드려봅니다. 요긴하게 써먹으시기를.


0~3세 : 씻기는 즐거운 놀이에요

이제 막 세상과 마주한 아기들입니다. 씻지 않았을 때 따라올 병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씻기의 즐거움부터 알려주는 것이 어떨까요? 플랩이나 팝업처럼 다양한 장치를 이용한 그림책이라면, 읽기란 직접 만지고 조작하는 다른 방식의 놀이가 되기도 하지요. 겸하여 씻기 역시 얼마든지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제목 저자 출판사
『개구쟁이 아치-목욕은 정말 싫어!』 기요노 사치코 글 ․ 그림 비룡소
『목욕탕』 아라이 히로유키 글 ․ 그림 한림출판사
『뽀글 목욕놀이』 기무라 유이치 글 ․ 그림 웅진주니어
『손부터 씻고!』 김세실 글 ․ 황미진 그림 베틀북
『싹싹 이닦기 놀이』 기무라 유이치 글 ․ 그림 웅진주니어
『쓱싹쓱싹 목욕탕』 나시무라 토시오 글 ․ 그림 한림출판사
『아빠랑 목욕해요!』 와타나베 시게오 글 ․ 오오토모 야쓰오 그림 북뱅크
『치카치카 하나둘』 최정선 글 ․ 윤봉선 그림 보림
『치카치카 이닦기』 이경미 글 ․ 부라노 구성 그레이트키즈
『쿠피야, 목욕하자!』 나카야 미와 글 ․ 그림 웅진주니어
4~6세 : 정보그림책으로 호기심 채워요

주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부글거려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사는 나이입니다. 씻어야하는 이유를 차분차분 설명해주는 정보그림책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에 답해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앎이란 행동을 변화시키는 실천적 힘이 되기도 할 테지요. 아이의 모습을 꼭 닮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창작 그림책도 몇 권 목록에 넣어 보았습니다.

제목 저자 출판사
『목욕하기 싫어!』 키스 하비 글 ․ 로렌 비어드 그림 꿈터
『비둘기는 목욕이 필요해요!』 모 윌렘스 글 ․ 그림 살림어린이
『손 씻기 귀찮아요』 완야 올텐 글 ․ 마누엘라 올텐 그림 토마토하우스
『얍, 감기야 덤벼라!』 케이트 로완 글 ․ 캐서린 맥윈 그림 시공주니어
『왜 또 닦아?』 백승권 글 ․ 이승연 그림 단비어린이
『으앙, 이가 아파요』 나나오 준 글 ․ 이마이 유미코 그림 시공주니어
『충치가 생긴다면』 나까에 요시오 글 ․ 우에노 노리코 그림 키즈엠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 안나 러셀만 글 ․ 그림 현암사
『치카치카 군단과 충치왕국』 이진경 글 ․ 그림 상상박스

 

부모는 그림책과 아이 사이의 다리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부모가 그림책을 실현하는 능력에 따라 그림책과 아이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그림책의 질적 상호작용을 위해 주로 눈과 귀에 한정되어 있던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확장해 보는 거예요. 책 밖으로 불러낸 그림책 놀이판에서 아이는 더욱 흥겨운 그림책 놀이꾼이 될 테니까요.

오늘 우리가 다리를 놓아줄 그림책은 모 윌렘스의 『비둘기는 목욕이 필요해요!』입니다. 비둘기는 더러워도 이만저만 더러운 게 아니에요. 그런데도 씻지 않겠노라 고집을 피웁니다. 심지어는 파리조차도 도망갈 정도인 데도요. 더러운데다 고집쟁이며 뻔뻔하기까지 한 이 비둘기는 과연 목욕을 할 수 있을까요? 배경을 생략한 데다 굵고 단순한 선으로 쓱쓱 그린 그림은 변화무쌍한 비둘기의 표정과 행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안되겠어요. 책장 밖으로도 쿰쿰한 냄새가 풍겨 나올 것 같은 꼬질꼬질 비둘기를 우리가 좀 씻겨줘야겠어요. 알록달록 보글보글 거품목욕을 말이죠.

 

알록달록 보글보글 거품목욕
  • ▶ 준비물 : 도화지, 종이컵, 빨대, 주방세제, 물감, 크레파스
    • 1.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비둘기를 그립니다. 크레파스를 옆으로 눕혀 쓱쓱 칠해주면 때가 꼬질꼬질한 비둘기를 쉽게 표현할 수 있어요.
    • 2. 종이컵에 물감 + 주방세제 + 물을 섞습니다. 이때 물의 양은 세제양보다 조금 많을 정도만 넣어주세요.
    • 3. 종이컵을 비둘기 그림 위의 적절한 곳에 두고 빨대를 꽂아 후후 가볍게 물감비눗물을 불어요. 부글부글 색깔 거품이 일어나면서 도화지 위로 거품덩이가 쏟아집니다. 단, 너무 세게 불면 물감물이 튀어 예쁜 거품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요.
    • 4. 선명한 무늬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화지 위로 떨어진 거품들이 저절로 사그라들 때까지 건들지 마세요. 일부러 터뜨린 거품은 예쁜 무늬를 남기지 않습니다.
    • 5. 비눗방울이 잦아들면서 알록달록 색거품 속에서 목욕을 하는 비둘기 그림이 완성됩니다.
알록달록 보글보글 거품목욕
발행일 : 2015. 7. 2 | 전화 : 02-6360-6241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Copyrights(c) 2009~2015 <웹진 아이사랑> All Rights Reserved. 웹진 아이사랑의 모든 콘텐츠에 대한 무단도용이나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