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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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공모 우수작

나는 엄마가 아니다 선생님이다

김미은 (서울 중랑구)

나는 36살 현재 7년째 일을 하고 있는 보육교사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 유치원교사로 7년 근무 후 지금은 보육교사로 7년째 근무를 하고 있다. 유치원 교사를 하다가 보육교사의 길로 접어들게 된 시기는 2006년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과 함께 직업적인 부분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생기게 되었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여자로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결혼을 한 여자로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여자로서, 새로운 직장으로 시간제 보육교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교육이라는 것이 아닌 보육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랬다. 교육과 보육의 차이가 무엇이 있겠냐며 화려한 이력서를 내밀며 콧대 높게 시작하였지만 영아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의 높았던 콧대는 바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낮은 콧대로 아니 없어져버린 콧대가 되어버렸다.

분명 유아교육을 전공하였고 일정 연수를 받은 경력 많은 사람이었고, 아이를 분명 낳아서 키워본 나였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 그것도 영아라는 연령의 여러 명의 아이들을 보육한다는 것은 유아교육과는 그리고 아이를 키워본 엄마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집에서 내 아이를 데리고 밥을 먹을 때도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먹었었다. 한 아이를 데리고서….

그런데 보육교사는 한 아이가 아닌 여러 명의 아이를 데리고 입이던 코이던 무언가가 내 뱃속으로만 들어가는 것에 대한 만족으로 점심 식사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엄마라는 역할을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보육교사라는 것을 하면서 엄마는 정말 편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 보육교사를 시작하였을 때 정말 힘들었다. 식사시간, “도시락을 꺼내 볼까?”라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정말 도시락을 꺼내기만 하였다. “밥 먹자”라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정말 밥을 먹었다. 하지만 수저가 아닌 손으로, 반찬 없이 밥만 앉아서 먹는건 커녕 뛰어다니면서 국물을 떠서 입이 아닌 바지에 발라주기도 하고…. 밥알들이 옷은 물론이고 온 교실에 짓눌려 있기도 하고….

하나하나가 정말 힘들었다. 그뿐 아니라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힘들어 아침등원과 함께 하원시간까지 우는 아이, 원장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재원해서 올라오는 아이들이 많은 것에 감사하라고…. 아이 하나 적응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조심스러운 일인지 경험해 봐야한다고…. 이야기 들을 때는 ‘그럴 수 있겠다’라고 머릿속에만 새겼었는데 정말 갈 때까지 우는 아이를 보면서 뼛속까지 그 말을 새기게 되었다.

정말 몸이 힘들었다. 화장실 갈 때는 5명의 아이들을 하루에 3번 이상씩 매번 쫓아가주어야 하고, 내가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아이들 5명의 입속에도 밥을 넣기 위해 5번의 수저를 들었다 놨다를 해야 했다. 우는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주고 마법의 약(비타민)을 먹여주기도 하고, 친구를 때린 아이를 혼냈다가 도리어 엄청나게 우는 아이를 보고 괜히 혼냈다라고 후회하기도 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혼자 걸어가다 넘어져 다친 아이의 부모님께 입이 마르고 닳도록 죄송하다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내 목소리는 원래 허스키하다. 모르는 사람이 항상 “감기 걸리셨어요?” 할 정도로…. 하지만 어린이집에 있으면서 동화책을 읽을 때 목소리가 더 쉬어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이런 책이 있다. 잠들면 천사. 아무리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낮잠 잘 때 만큼 예쁠 때가 없다는 말처럼 나 또한 아이들이 낮잠을 잘 때 정말 정말 행복했다. 매일 매일 낮잠 자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1년차 보육교사를 할 때 정말 *100 힘들었다.
2년차가 되었을 때 몸이 정말 *90 힘들었다.
3년차가 되었을 때 몸이 정말 *70 힘들었다.
4년차가 되었을 때 몸이 조금 *50 힘들었다.
5년차가 되었을 때 몸이 조금 *30 힘들었다.
6년차가 되었을 때 내 몸은 보육교사로서 적응을 했다.
하지만 7년차가 된 지금 몸은 적응을 하였지만 머리는 복잡해졌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보육교사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을 했다. 평가인증이라는 것과 서울형이라는 것 그리고 구청,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등의 수시로 이루어지는 점검에 맞는 보육 환경 및 갖추어야 할 서류들. 근무시간 내에 사랑스런 아이들을 위한 보육을 실시하고 일일보육일지를 기록해야 하고, 각종 서류들을 체크하고 준비하는 것은 이제는 익숙해진 일들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문제 상황들이 발생되는 것을 보고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생기게 되었다. 연령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배변 훈련을 함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는 아이, 3월부터 울음으로 어린이집을 적응하기 시작한 아이가 11월인 지금 아직까지 울음을 보이면서 등원을 하는 아이, 둘째가 태어남과 동시에 일어나는 스트레스로 인해 색다른 모습을 보는 아이, 손가락을 빨며 다니느라 한 단어 이상의 말을 구사하지 않는 아이, 음식을 보기만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면서 거부하는 아이 등등.

이러한 문제는 2014년 올해 유달리 생겨난 것인가? 아니다. 예전에도 이러한 문제는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동안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았었나? 아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유달리 요즘 들어 눈에 들어오는가 생각하면 얼마 전 연수를 통해 강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선생님들은 엄마가 아니다. 선생님이다. 그러니까 엄마처럼 어린이집에서 하지 말아라.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행동해라”

이 말씀을 계속 생각하고 아이들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하라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조금씩을 알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기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엄마라는 사람과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기준. 분명 엄마라는 사람은 아이가 넘어져서 다리에 피가 나서 울고 있다면 피가 난 다리를 닦아주고 울음을 그칠 때까지 안아주고 아이가 욕구 충족이 될 만큼 옆에 있어 줄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도 다쳐서 우는 아이에게 달래주고 울음을 그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의 요구사항을 아이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옆에서 해 줄 수 있는 상황인가? 그렇지 않다. 다친 아이를 돌보는 동안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요구사항 또한 들어주어야 할 것이고 간식도 먹고, 전화도 받고 현장학습도 가야하고, 기저귀도 갈아주어야한다.

오늘은 여건이 되어서 다친 아이를 10번 안아 줄 수 있어서 10번 안아주고, 내일은 여건이 되지 않아서 다친 아이를 5번 안아 주고, 어제는 여건이 되지 않아 전혀 안아주지 않았다.
과연 다친 아이는 과연 행복할까? 라는 질문에 나는 “네”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난 다친 아이를 100번이나 안아주고 싶다. 난 다친 아이를 업어서라도 달래주고 싶다. 하지만 난 엄마가 아닌 보육교사다. 내가 만약 업어주어 울음을 그치게 해서 그 순간 아이는 행복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번에 그 아이가 또 다쳤을 때 내가 당연히 업어서 달래줄줄 알았던 아이는 내가 업어주지 않는다는 것으로 인해 아픈 상처에 마음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또 하나의 상처를 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의 중심은 보육을 실행하고 있던 보육교사의 중심에서 보육을 당하고 있던 아이의 중심으로 보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육교사인 내가 이렇게 움직였을 때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보육교사인 내가 이렇게 말을 했을 때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 움직였을 때 다음에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라며 행동 하나 하나 말 하나 하나를 하는 것에 굉장히 조심스러워졌고, 이것이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혼돈이 되지 않을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게 된 나의 몸과 달리 머릿속은 복잡하게 되면서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어린이집의 업무처리는 7년차라는 경력에 맞게 큰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보육이라는 그리고 교사 중심이 아닌 아이중심의 보육이라는 시점에서는 1년차 초임교사가 되어 있다.
“엄마가 아닌 선생님”이라는 글을 통해서….

내가 하고 있는 하나하나들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육이라는 단어는 보육교사 중심이 아닌 아이라는 중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엄마가 아닌 선생님으로써 최선을 다해 보육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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