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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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愛

편지공모 우수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안혜림 (부산 부산검찰어린이집)

수줍은 많은 경력 2년차 어린이집 교사로 ‘생존기’를 보내고 있지만 나의 일상 이야기를 통해 묵묵히 일하고 계신 전국의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따뜻한 응원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우리 부산검찰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아름다운 일 하나를 적어보고자 한다.

자유놀이시간 <네임카드>를 들고 와 앉는 이야기꾼 ○○. “오늘은 날씨가 어떤가요? 너희들을 위해 오늘 재밌는 것을 가져왔단다.”라며 선생님을 흉내 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빨개진 얼굴로 달려와 안기는 귀염둥이. 내가 어린이집 교사란 직업을 택하게 된 계기도 어렸을 적 날 한 없이 사랑했었던! 엄마보다도 나에 대해 잘 파악하고 지원해주셨던 어린이집 선생님이 마냥 좋았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가슴 따뜻한 선생님이 되어야지’라는 생각 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공룡책을 하나 두고 빙~둘러 앉아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그리고 함께 뛰노는 것이 마냥 행복한 철부지 교사가 현재의 내 모습이다.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3월! 아름다운 계절과는 달리 매스컴에선 연일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자극적인 기사만 보도하고 있었다. ‘보육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어느 소수의 이야기거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는 주변 사람의 걱정 어린 전화와 아동을 학대한 보육교사에 대한 욕설과 분노, 우리 어린이집 학부모의 걱정- ‘우리 아이는 식습관이 어떤가요? 워킹맘으로서 이번 인천 어린이집 뉴스 보고 마음이 무거웠답니다, 우린 선생님을 믿어요’ -을 통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관련된 기사의 제목은 더욱 자극적으로 변하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교사들에겐 ‘너희도?’라며 일부의 잘못을 전체 보육교사의 잘못인양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늘어만 갔다. 또 주변의 걱정 - ‘박봉에 즐길 시간은 없는데 왜 해? 학창시절 성적이 안 좋은 사람이 택하는 직업 아냐? 어린이집 교사면 놀아주기만 하면 되지 또 다른 일이 있어? - 과 정부의 현실성 없는 대안 - CCTV 의무화 -은 나에게 무기력감과 회의감을 안겨주었고 현직 보육교사가 교육현장을 떠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다가와 토닥여주던 동료 교사들. 그들과 함께 서로를 위안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어느 날!이었다.

“띵-동! 택배 왔습니다.”
택배원의 손엔 파스텔톤 봄내음 가득한 꽃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얼떨떨해 하는 우리들에게 건네진 꽃바구니. 퀵서비스 아저씨는 보내신 분이 누군지도 모른단다. 단지 남자라는 것만 알고. 꽃바구니 속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을 하시는 분들께>란 글이 적혀 있었다. ‘고생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다 알아요.’라고 속삭이는 듯 우리의 아픈 마음을 쓰다듬어주었고 어느새 아프고 무기력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모두의 얼굴엔 환한 미소와 함께 “그럼~ 난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아이들을 키우는 자랑스러운 보육교사야”라는 자부심과 새로운 다짐만이 남아 있었다.

이후 하원시간 열매반의 한 학부모가 건네는 한 마디 “여기 있는 향긋한 꽃 보시며 힘내세요. 항상 감사합니다.”에 ‘누굴까?’에 대한 무성했던 소문과 추측은 사라지고 출퇴근 시간 현관에 놓인 꽃다발을 보며 향긋한 꽃 내음에 한 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한 마디에 두 번. 이렇게 우리는 그 어떤 달보다도 가슴 따뜻한 3월을 보낼 수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를 춤추게 하는 건 CCTV를 통한 감시망이 아닌 학부모의 믿음과 감사의 말 한 마디,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표정,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깔깔깔 웃음소리 가득한 행복한 어린이집으로 열심히 달린다. 나의 애마 두 바퀴 자전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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