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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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공모 우수작

엄마이면서 교사로서 오늘도 씩씩하게

김인옥 (강릉 예쁜어린이집)

저는 예쁜어린이집에 근무하는 교사 김인옥입니다.
저희원은 생후 한 달 된 영아부터 보육이 이루어지며 만2세 영아까지 편성된 어린이집입니다. 뽀얀 강보에 싸여 할머니, 엄마 품에 안겨 원에 와서 어느덧 선생님보다 힘이 커졌다며 선생님 팔뚝과 허리를 휘감으며 힘자랑하는 꼬마 장사들, 엄마보다 더 엄마 같아 울 엄마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는 친구들 틈에서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 숨 돌릴 틈 없이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생후 5개월에 입소하여 다니다 가정에 일이 생겨 엄마가 없는 친구 강원이는 할아버지 품에 안겨 아침 7시 30분이면 어린이집 대문 앞에 서성입니다. 강원이를 위해 출근길을 재촉해야 합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출근길을 서두르는 엄마의 품에 안겨 졸린 눈 부비며 등원하는 보름이. 등원차량 1번을 타야하는 강대는 어린 아기이지만 가정에 사정이 있어 아기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이른 등원을 하다 보니 쉬 피곤해하고 친구들과의 작은 부딪침에도 분노로 친구들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깨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투정과 친구들과의 잦은 다툼에 선생님이 중재를 서면 울음으로 감정을 표현하곤 합니다.

해맑은 웃음의 천사들에게도 자신이 원치 않는 환경과 부모님의 사정으로 어른들보다 이른 아침을 준비해야하고 피곤함을 이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백일도 안 지난 영아를 맡기는 엄마는 부어오른 젖가슴을 눌러가며 잘못을 저지른 죄인인양 얼굴을 숙이며 어린이집 모퉁이를 돌아설 때까지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자신도 가슴이 무너집니다. 직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저 어미의 마음은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하고 가슴이 저리고 아릴까, 가정 행복의 근원이 되는 아기들을 맡기고 교사를 쳐다 보는 부모의 눈빛에는 얼마나 애절함이 깃들여 있을까….

저도 보육교사 경력 15년차의 기간 동안 제 자식 둘을 저렇게 가슴 저리며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던 옛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원에 일찍 등원하여야 하는 관계로 더 이른 시간에 어린이집에 맡겨야 했던 둘째…. 유달리 몸이 허약하여 고열로 시달릴 때마다 아이가 다니는 원에서 연락이 와도 내가 보살피는 아이들이 우선이어서 주변에서 도와줄 가족들에게 애타게 연락하였던 일들…. 원 행사에는 꽃단장을 하고 나가지만 내 아이가 다니는 원의 행사에는 할머니나 이모에게 부탁하였던 일들이 담장을 돌아서 가는 학부모의 가슴에 드리워져 왠지 더 애처로워 보입니다.

현대사회의 부는 많은 여성들에게 생활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또 다른 면은 엄마로서 슈퍼우먼이 되라고 강요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갈 때, 아이의 해맑은 웃음과 고사리 같은 손길로 엄마의 손을 맞잡을 때 모든 어려움이 저 멀리 날아가지만 아이가 아프거나 칭얼거리면 그보다 더 많은 가슴 저림과 고단함이 엄마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릅니다. 엄마의 이기적인 마음이 혹 아이를 힘들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일상의 업무는 버겁기만 합니다. 가정에서 돌보지 못한 미안함에 칭얼거림을 모두 받아주게 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너무 늦되거나 버릇이 없다고 자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 높이높이 올라갑니다. 어린 손주를 돌보지 않겠다고 하여 며느리와 사이가 멀어진 해든 할머니는 해든이가 노는 모습이 그리워 담장을 기웃거리다 저와 눈길이 마주쳤습니다. 할머니는 손주가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어린이집 까페 가입방법을 일러달라며 메모를 하시더니 이제는 아이들의 활동사진 모습에다 댓글도 열심히 달아 주시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핸드폰도 구입하여 문자나 사진을 담아 가시기도 합니다. 저 아이들이 할머니와 엄마의 손을 맞잡아주며 사랑한다고 양 볼을 부빌 때 고부간의 갈등도 먼지처럼 스르르 날아가 버리고 서로가 아껴주는 가족이 되겠지요.

보육교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고 합니다. 남의 가정 복지 재건을 위해 내 가정이 위태로워진다고 교사들끼리 모이면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이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엄마가 없는 친구의 마음에 엄마의 역할을, 피곤한 친구에게는 나의 따뜻한 가슴을 내주어 믿고 의지할 작은 기둥이 되어줄 수 있고 고부간의 갈등에 중재자가 될 수 있다면 나의 작은 소명은 다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따뜻한 가슴과 지혜를 나눌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이른 아침이지만 나는 씩씩하게 우리 아이들의 행복문 어린이집 대문을 활짝 엽니다.

발행일 : 2014. 10. 1 | 전화 : 02-6360-6242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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