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지난호보기
우리어린이집을 소개합니다

자연과 마을, 그 안에서 행복한 아이들

충남 당진 귀염둥이 아띠어린이집 메인이미지


터전(어린이집) 근처 놀이터에서 오전 나들이를 하고 있는 랄랄라공동육아어린이집의 5~6세반 아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아파트 단지 끝자락 산 밑에 있는 놀이터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이 제 세상인양 신납니다. 나무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열심히 흙을 헤집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와~! 여기 지렁이 진짜 많다!"
"이거 보세요. 이 지렁이에는 알주머니가 있어요."

아이들이 지렁이를 손으로 잡아 친절하게도 눈앞에 들이밉니다. 갑자기 눈앞에서 꿈틀거리는 통통한 지렁이를 본 순간 '아악!' 비명이 절로 나옵니다. 지렁이에 겁먹은 어른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본 순간 아차, 실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곧바로 표정을 수습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갑니다.
"이게 알주머니에요. 지렁이는 오랫동안 잡고 있으면 안 돼요. 화상 입어요."
지렁이를 무서워하는 어른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을 한 후 꿈틀거리는 모습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다 흙에 놓아줍니다. 한 아이는 방아깨비를 잡아 익숙한 솜씨로 강아지풀에 끼웁니다. 손으로 잡으면 다리가 떨어지거나 날개를 다칠 수 있는데 강아지풀에 끼우고 놀다가 풀어주면 괜찮다고 하네요. 아이의 손에서 놓여난 방아깨비는 훌쩍 날아갑니다. 긴 막대기를 가지고 뱀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아이도, 그네를 타거나 미끄럼을 타는 아이도 놀이에 푹 빠져있습니다.

놀이터나 숲에서 아이들이 놀 때 들리곤 하는 어른들의 ‘안 돼’, ‘위험해’, ‘만지지마’ 라는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부정적인 말도 듣지 않고 제각각 놀이에 열중합니다. 새내기 교사인 포뇨(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이름이 아니라 별명을 부릅니다)는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놉니다.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면 모기약을 발라주고 아주 위험한 상황에만 개입을 합니다. 아이들은 놀다가 다쳐 서러우면 포뇨 품에 안겨 울다가 금새 웃으며 뛰어가 놀이를 계속합니다.

 

자연에서의 탐색과 놀이는 일상이자 배움

점심을 먹기 위해 어린이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아이들은 모자를 쓰고 빈 물통을 메고 어린이집을 향해 출발합니다. 놀이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탐험의 시간입니다. 거리상으로는 짧은 그 길을 아이들은 수도 없이 멈춰 섭니다. 사루비아꽃을 따서 꿀을 빨아먹고 분홍색 작은 꽃의 꽃잎을 맛보고 봉숭아 씨앗 날리기를 합니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솔방울을 주워 던지기 게임을 합니다. 며칠 전에 보았던 감이 그새 노랗게 익었다고 감탄합니다. 전에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열매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곡식을 파는 노점 옆을 지날 때는 현미, 콩, 옥수수 등 일일이 짚어가며 아는 체를 합니다.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배꼽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불이며 소품을 파는 노점을 지나가며 땡땡이무늬 분홍색 이불을 보곤 '하하~ 이건 포뇨스타일~.' 엇박자로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포뇨도 함께 노래합니다. 예전 개구쟁이들이 골목을 헤집고 다니던 모습을 보는듯합니다. 매일 자연 속으로 떠나는 나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유로운 놀이, 생생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일상은 끊임없는 창조와 배움으로 이어집니다.

충남 당진 귀염둥이 아띠어린이집 전경

 

공동육아협동조합, 협동과 소통으로 일궈

부산 화명동에 위치한 랄랄라공동육아어린이집은 3~6세 19명 아이들의 보금자리입니다. 올 3월 개원한 어린이집은 부모협동조합형태라 부모가 출자금을 내고 운영의 주체가 됩니다. 도시화, 핵가족화 시대에 아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이고 자유로운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부모들이 모였습니다. 보금자리 마련부터 교사채용까지 모든 사항을 주주인 부모가 모여 회의하고 결정을 합니다. 개원 초기라 이런저런 성장통을 앓기도 하지만 문제에 직면했을 때 주주들과 교사가 참여하여 회의를 통해 해결합니다. 저녁에 시작한 회의가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5세 유아의 학부모인 ‘나무’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며 매우 행복해한다”며 “공동육아를 하면서 어떤 일이 있을 때 사소한 것까지 매사 신중하게 결정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좋은지 서로 의견을 묻게 되었다”며 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다고 말합니다.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아이들이 배우며 자라기를 기대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민주주의가 자연스럽게 체득되고 협동의 힘과 공동체의 즐거움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내 아이만 보이던 부모들도 공동육아를 하면서 다른 아이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내 아이, 네 아이 구분하지 않고 ‘우리 아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데에는 교육과 마을공동체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도움을 받아 공동육아에 대한 교육을 받고 부모교육, 조합원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 마을의 다른 기관들과 참여하고 협력하며 관계 맺기를 하고 있습니다. 공동육아는 경쟁보다는 ‘함께’라는 공동체의식이 큰 힘입니다. 아이들이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해도, 영어며 체육 등 외부 강사에게 수업 받는 특별활동이 없어도 부모들은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활자를 통해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배우는 것보다 자연에서,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창조적이 되고 더 큰 배움을 체득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위험해’라는 말보다 스스로 해보고 방법 찾도록 격려

충남 당진 귀염둥이 아띠어린이집 엄희자 원장랄랄라어린이집의 보금자리는 아파트 1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강민아 대표교사는 형식을 고집하기보다는 환경에 맞게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공동육아라고 하면 으레 우리 전통을 중시하고 원목 교구를 갖추고 흙마당이 있는 단독건물에 어린이집이 있어야한다고들 생각합니다. 저희는 교구를 원목으로 고집하지도 않고 다문화 시대에 맞는 다양성 교육을 지향합니다. 터전이 아파트라 흙마당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죠.” 공통교육과정인 누리과정도 형식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아이들의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 대표교사는 16년 동안 유치원과 특수교육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사회복지와 초등상담교육을 공부했습니다. 장애아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아동복지에 대한 관심은 공동육아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랄랄라어린이집에도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아이가 재원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식단 구성은 기본이고 아동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보살핀다. 일반 어린이집이라면 좀 힘들 수도 있는 아동이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많이 좋아졌다”며 “교사가 담당하는 유아의 수가 일반 어린이집의 절반이기에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예전에 비해 자녀의 수가 적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또는 돌봐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들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립니다. 강 대표교사는 “요즘 아이들에겐 결핍이 없다”며 “한 가지 놀거리를 가지고도 다양한 놀이를 발견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여러 교구를 제공하지 않”고 ‘하지마’란 말 보다는 높은 곳에 올라가도 위험하다는 것을 직접 인지하고 스스로 내려올 방법을 찾도록 격려합니다. “평생의 성품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첫걸음이자 반석이 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충분히 보호받고, 다양한 자극을 통해 충분히 발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많은 것을 제공하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주고자 한다”고 말합니다. 부모와 교사를 비롯해 어른들의 전폭적인 믿음으로 아이들은 충분히 행복하고 자유롭게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스스로 놀이를 개발합니다. 내일도 아이들은 모자 쓰고 물통을 둘러메고 중요한 일과인 ‘나들이’ 나갈 겁니다. 랄랄라~

<신청을 받습니다>

다문화아동 보육이나 다문화 교육을 하고 있는 어린이집을 추천해주세요. 어린이집 원장님이나 선생님, 부모님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심사를 거쳐 해당 어린이집을 직접 취재해 <우리어린이집을 소개합니다>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추천 부탁드립니다.

( 접수마감 : 11월 3일(월) | 접수메일 : byeri68@naver.com | 신청양식 다운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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