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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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愛

편지공모 우수작

평범한 행복, 특별한 사랑

정시현 (강원도 동해시)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 첫 등원일, 두근거리는 심장만큼 반짝이던 너의 두 눈. 너만큼이나 설레고 두려웠던 그때의 엄마. 그날을 위해 마련했던, 반 뼘 정도 길었던 너의 코트. 상기된 얼굴로 번개맨 노래를 부르며 손 꼭 잡고 걸어가던 길.

준서야.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지났구나.
심장병, 자폐장애를 가진 누나를 키우느라 항상 많이 부족했고, 조금만 더 너를 품고 싶었던 엄마의 욕심으로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28개월이 되어서야 어린이집을 가게 된 우리 준서. 태어나서부터 늘 내 곁에서 나를 지탱해주던 너였기에, 울먹이는 너를 두고 돌아와 집 한구석에 덩그라니 놓인 너의 우유병을 보고 혼자 얼마나 울었던지.

단 몇 시간인데도 네 손길이 닿은 모든 것, 네가 있었던 모든 공간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너를 그립게 했단다.
'돌아오면 안고, 꼭 안고, 더 많이 사랑해 줄거야.'
혼자서 눈물가득 다짐을 하고 누나와 손을 잡고 너를 데리러가는 길. 그날따라 기다리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5분여의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환히 웃으며 내게 달려오던 너.

그렇게 우리 셋의 동행은 시작되었지. 6년여 누나를 키우며 치료실과 병원 외에는 늘 집에서만 생활해왔던 엄마에게 둘째인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새롭고, 또 긴장되는 두근거림의 연속이었단다. 누나 손, 네 손을 양쪽에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산책을 하며 길을 걷고. 그렇게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우리 셋은 울며 웃으며 함께하고 있었지.

바쁜 해군아빠에게 자랑하기 위해 너희들의 사진을 찍어 남기는 건 절대 잊지 않았어. 집안에서 찍은 사진보다 밖에서 찍은 사진이 점차 많아지게 되고 너를 보면 "준서야~ 박준서" 하고 반기는 예쁜 친구들과 다정한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그 어느 때보다 밝아지던 너의 표정, 그때부터였을까? 엄마 마음속에도 죄책감과 미안함 대신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이 그렇게 퍼져가고 있었단다.

아침마다 누나에게 뽀뽀를 하며 애정표현도 하고 “고마워~ 괜찮아~ 사랑해~ 최고!” 를 말해주는 너를 보면 부족한 내가 엄마가 된 것을, 멋진 네가 내 아들임을 정말 감사하게 된단다. 우리, 앞으로도 많은 시간들을 함께 하게 되겠지? 어느새 네 손목에 딱 맞게 된 코트처럼.

너는 끊임없이 성장할 테고, 엄마의 마음도 따라 자랄거야. 가끔 좌절도 겪게 되고, 아마 넘지 못할 것 같은 높은 벽도 마주하게 되겠지. 그때마다 너무 행복해서 행복이라 생각하지 못한 이 순간들을 기억하며 지혜롭고 현명하고 용감하게 이겨내자. 따뜻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자라주는 네가 있어서 엄마는 참 행복해.
준서야~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발행일 : 2015. 3. 23 | 전화 : 02-6360-6241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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