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지난호보기
아이 즐거워요

아빠 이름은 컴퓨터, 엄마 이름은 텔레비전

글. 편해문 (놀이운동가/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등 출간)
편해문 (놀이운동가/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등 출간)


아이들 놀이가 가장 신명나게 뿜어져 나오는 장소가 어디일까? 당혹스럽지만 그것은 전쟁 뒤 폐허 속이다. 폐허로 바뀐 환경은 어른들을 절망 속으로 빠뜨리지만 아이들은 폐허에 물들지 않는다. 폐허로 변한 환경은 최고의 놀이터와 놀잇감이 가득 찬 세계로 아이들 앞에 놓여지기 때문이다. 마치 삶의 가장 힘든 시기야말로 희망이라는 씨앗을 뿌리기에 가장 좋은 때와 겹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놀이에 있어 어수선함과 순수의 경계란 아이들에게 이렇듯 무의미한 것이다.

이런 내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오늘 아이들이 이 정돈되고 반듯한 시공간에서 무슨 놀이를 할 수 있는지. 위험하니까, 더러우니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까……. 놀이를 금지하는 이유는 왜 이렇게 늘어만 가는지. 세상과 어른들은 왜 갖은 구속과 핑계로 아이들을 얼어붙게 하는지. 무릎이 까지고 넘어지고 구르지 않고 어떻게 놀이와 만날 수 있단 말인가. 놀이 속에 늘 존재하는 모험과 위험을 피하고 아이들은 무엇도 배우기 어렵다는 것을 왜 모를까. 아이들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부모가 미리 나서 모든 위험한 것들을 싹 치워버리는 것이다. 이런 환경과 어른들의 조치 속에서 아이는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 위험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아이이지 부모가 아니며 언제나 부모가 아이의 위험을 막아설 수는 없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놓여 있는 현실과 처지와 질곡에 파묻히지 않을 힘이 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꿈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가장 척박한 땅에 가장 아름다운 놀이의 꽃은 핀다는 아이들 놀이의 대명제를 기억할 일이다. 아이들로부터 놀이를 빼앗은 것은 다름 아닌 ‘풍요’라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이 풍요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져다준 변화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했던 것처럼 아이들을 울타리 안에 가두는 일이다. 지금 아이들은 울타리 바깥의 세계를 모른다. 울타리 바깥세상에는 눈 돌리지 못하게 게임과 텔레비전은 아이들 눈과 귀와 손가락을 묶는 데 성공했다.

텔레비전을 집 안에 들여놓고 교육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알아야 한다. 텔레비전은 어린 시절을 빼앗고 세상의 신비함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게 만든다. 텔레비전은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한 번에 허물어 버리고 아이들의 투항을 받아낸다. 더욱 걱정할 것은 아이들이 하루 동안 동무나 교사 부모님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나름 소화를 해야 하는 것처럼 텔레비전에서 본 무지막지한 것들 또한 소화해야 하는데 늘 소화를 못 시킨 상태에서 하루를 마감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텔레비전의 끔찍함을 직시해야 한다. 아이들의 뇌는 이런 지나치게 많이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느라고 온전한 잠을 잘 수 없다. 텔레비전은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아무런 제재 없이 날마다 엄청난 폭격을 쏟아 붓고 있다. 그래서 오늘 아이들의 아버지는 컴퓨터이고 아이들의 어머니는 텔레비전인 세상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텔레비전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어지럽게 할 뿐이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지나 아이들이 하는 최종 놀이는 무엇일까? 이제 남은 놀이는 하나밖에 없다. 소비다. 당신은 어떻게 소비하며 아이와 살고 있는가?

옛날에 하드를 다 먹고 남은 나무 껍데기로 했던 보잘 것 없는, 돈이 들지 않지만 재미나게 만들었던 놀이 둘을 소개한다. 끝에 잘 만들어졌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손으로 한쪽 끝을 잡고 흔들어 보아 빠지지 않아야 한다. 하드껍데기를 못 구한 분들은 약국에서 ‘설압자’라는 것을 구할 수 있다. 6개를 가지고 나무 창살 만들기와 나무 삼각형 만들기가 된 친구들은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도 좋다. 별도 만들 수 있다.

나무 창살 무늬 만들기
나무 창살 무늬 만들기
나무 삼각형 만들기
나무 삼각형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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