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지난호보기
우리들愛

편지공모 우수작

우리반의 특별한 이야기

박은미 (경남 거제시)

지난 3월, 남편을 따라 이곳 거제라는 새로운 도시로 이사 온 후, 첫 직장이 된 지금의 원은 입학 때 근무하던 교사의 건강상의 이유로 6월부터 5세반(만 3세)의 귀염둥이를 만나게 되었다. 미리 한 주 전부터 자주 드나들며 친밀함을 가져서 인지 교사가 바뀌고도 쉽게 마음 문을 연 유아들이 많아 정말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유아가 배변을 하러 가서 바지가 잘 내려가지 않는다며 바지와 양말이 모두 젖도록 소변을 눈 일이 생겼다. 교사인 나는 당연히 깨끗이 씻기고 괜찮다고 달랜 후 여벌옷이 본인 것이 없어서 다른 친구에게 먼저 양해를 구한 후 빌려 입히려 했더니 그 자리에서 자기의 바지가 아니라며 팔짝 팔짝 뛰고 울며 불며 옷을 입지 않겠다며 울기만 하는 것이다. 안되겠다 싶어 옆 반 교사에게 반을 부탁한 후, 조용한 곳에 가서 “그래도 지금 옷을 입어야지~ 이렇게 안 입고 있으면 친구들이 놀리기도 하고 춥잖니” 하였더니 한참을 같은 말을 반복한 후 겨우 바지를 입혔다.

하원 시간이 되어 우리 원은 차량운행이 없는 아파트 복리동 원으로서 어머니께서 데리러 오셨을 때 자초지종을 알려 드렸더니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시며
“우리 아이가 쉬를 했다구요?”
“네~ 바지가 잘 내려가지 않아 실수를 했나봅니다.”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15개월 이후 단 한 번도 바지에 실수를 한 적이 없는 아이라구요!”
“아~ 그렇군요.”
“선생님이 낯설어서 말을 못한 거 아닐까요? 인상이 좀 강해 보이시기도 하구요!”
“네?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낯설어 배변 의사를 빨리 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요.”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던 아이가 그랬다고 하니 좀 당황스럽고, 정말 이상하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잘 살펴 보육하겠습니다.”
“일단 알겠어요. 우리 아인 자기 옷이 아니면 안 입는데 그래서 아마 많이 울었을 것 같네요!”
하며 뒤로 돌아보지 않고 아이를 안은 채 가버리셨다.

나는 10년 가까이 되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3세~7세까지 모든 영․유아를 보육해왔던 경험이 많은
교사라 자부해 왔다. 그런데 그 긴 시간동안 이보다 더한 일도 보고 듣고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당황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동안 밀려오는 자괴감에 마음이 편치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진심은 통하는 거라 늘 믿는다.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요즘, 최고로 까다롭고 말이 잘 통하지 않기로 원에 자자한 그분이 언제부턴가 나의 얘기와 웃음에 반응을 보이며 내가 하는 모든 것에 신뢰를 보여주신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어땠는지 그림이 그려지네요~ 호호호. 선생님, 너무 만화처럼 얘기하셔서 정말 재미 있어요~.”
하시며 즐거운 미소를 짓고 90도로 인사를 하신다. 이 분뿐 아니라 이 지역의 특별한 생활의 모습으로 인해(대기업으로 인한 경제적 부유) 가끔 교사의 단점만을 찾아내려는 젊고 똑똑한 부모님들이 몇 분 계신다. 물론 다른 원도 이와 비슷한 모습들이 있을 거라 여기며 받아드릴 노력을 한다.

각각의 도시엔 그 도시만의 색깔이 있듯이 보육 또한 부모와 원의 요구가 지역마다 다름을 새롭게 알아가며 시간이 지난 요즘, 가끔 그분들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나의 경력으로 인해 나태해지고 그간의 경험으로 연구하지 않았던 다양한 보육의 생각과 책임을 좀 더 인성적인 방법으로,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바른 사고로 다시 다듬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원동력이 된 듯하다. 다가오는 2015년, 지금의 금쪽같은 나의 아이들과 지낸 애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더 나은 교사가 되어 보리라, 더 따뜻하고 믿을 수 있는 교사가 되어 보리라 다짐하고 꿈꿔본다.

발행일 : 2014. 12. 1 | 전화 : 02-6360-6242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Copyrights(c) 2009~2014 <웹진 아이사랑> All Rights Reserved. 웹진 아이사랑의 모든 콘텐츠에 대한 무단도용이나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