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라마는 ‘education+drama'의 합성어로서 고전이나 관련 서적에 소개된 명문가 집안의 자녀 교육방법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양아록에 이어 두 번째 순서로 예로부터 수신서의 교과서로, 천자문을 익힌 아동들의 필수 과목으로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온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다룹니다. 명심보감은 중국 고전에서 선현들의 금언(金言)·명구(名句)를 편집하여 만든 책입니다. 여기서는 그 중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훈자편(訓子篇)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홍문관부제학, 이조참판, 예조판서 등을 지낸 조선 후기 문신 김학성(金學性 1807(순조 7)∼1875(고종 12))과 어머니의 황금에 얽힌 일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편집자주)
장대비가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어린 너희 두 형제의 글 읽는 소리가 집 안에 낭랑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어미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두 아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마루에서 삯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삯바느질을 끝내야 저녁 양식을 살 수 있었기에 흐뭇한 마음으로 자식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손놀림을 재게 움직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당 한 쪽에서 낙숫물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들리더구나. 뭔가 싶어 가보니 언제부터 묻혀있었는지 모를 항아리가 장맛비에 쓸려 삐죽이 땅 밖으로 나와 있더구나. 웬 항아린가 싶어 뚜껑을 열어봤단다. 세상에, 항아리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덩이가 가득 들어 있더구나.

너무 놀라 한동안 꼼짝 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는 이가 없는지 확인하고 황급히 뚜껑을 닫고 흙으로 깊이 파묻었다. 단단히 파묻었건만 그 후로도 며칠 동안 황금 묻힌 곳이 신경이 쓰이더구나.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단다.
  
 황금보다 귀한 자식 교육 
너희도 알다시피 그 당시 우리 집은 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웠다. 어미의 삯바느질로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했지. 자식들은 한창 크는데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어미의 심정이 어떠했겠느냐. 그 금덩이만 있으면 너희를 배불리 먹일 수 있는 양식은 물론이고 평생을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어미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그 금덩이를 다시 파묻어 버렸다. 노력 없이 생긴 재물은 재앙의 근원이 될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돈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기 마련이라, 그때 우리 집에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겼다면 너희들은 분명히 공부를 게을리 했을 것이다. 이 어미는 황금덩이보다 너희들이 훌륭하게 자라는 것이 더 중요했단다.

어린 너희가 줄줄 외우던 명심보감의 문장을 아직 기억하느냐. 황금을 발견하던 순간 어미의 뇌리에 너희가 낭랑하게 읊던 그 문장이 떠올랐다. 그래서 조금의 망설임 없이 황금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다.
한서에 이르기를 “황금이 상자에 가득 차 있다 해도 자식에게 경서 하나를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물려준다 해도 기술 한 가지를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다”라고 했다.

이제 너희가 장성하여 경사롭게도 모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가게 되었다. 이 어미가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희도 살면서 뜻밖의 유혹을 만났을 때 무엇이 중요한지 항상 생각하라는 뜻에서이다. 이 어미는 그 당시의 선택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너희가 반듯하게 자라 벼슬에 올랐으니 더 이상 바랄게 없구나. 앞으로도 명심보감의 말씀들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손님의 출입이 없으면 집안이 저속해지고, 시서(詩書)를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진다. - 경행록
일이 비록 작더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하고, 자식이 비록 어질더라도 가르치지 않으면 현명하지 못하다. - 장자
황금이 상자에 가득 차 있다 해도 자식에게 경서 하나를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물려준다 해도 기술 한 가지를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다. - 한서
큰 즐거움 중에 책을 읽는 것 만한 게 없고, 중요한 것 중에 자식 가르치는 것 만한 게 없다.
집안에 지혜로운 어버이와 형이 없고, 밖으로 엄한 스승과 벗이 없으면 성공하는 자가 드물다. - 여영공
남자가 가르침을 받지 못하면 자라서 반드시 미련하고 어리석어지며, 여자가 가르침을 받지 못하면 자라서 반드시 거칠고 추하게 된다. - 태공
엄한 아버지는 효자를 길러내고, 엄한 어머니는 효녀를 길러낸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주옥을 사랑하지만, 나는 자손의 어진 것을 사랑한다.
<명심보감>은 어린이들의 학습을 위하여 공자, 장자, 순자, 태공, 태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많은 선현들의 금언·명구들을 발췌해서 만든 책으로 시경, 서경, 주역, 논어, 동몽훈, 경행록 등 다양한 책들이 발췌본으로 쓰였다. 원본은 1393년 명(明)나라의 범립본(范立本)이 편찬한 것으로 원본보다는 이를 초록한 초략본(抄略本)이 널리 유포되었다. 한때는 이 초략본이 원본으로 간주되어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제학을 지낸 추적이 편찬한 것이라고 와전되기도 했다. 지금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초략본은 1637년(인조 15)의 것이다. 원본은 상·하권 20편 798조인데, 초략본은 19편 247조로 구성되었다.

내용은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복이 오고 악한 자에게는 재앙이 내리니 끊임없이 선행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계선편(繼善篇),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하되 하늘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천명편(天命篇)을 시작으로 순명편(順命篇), 효행편(孝行篇), 정기편(正己篇), 안분편(安分篇), 존심편(存心篇), 계성편(戒性篇), 근학편(勤學篇), 훈자편(訓子篇), 성심편(省心篇), 입교편(立敎篇), 치정편(治政篇), 치가편(治家篇), 안의편(安義篇), 존례편(尊禮篇), 언어편(言語篇), 교우편(交友篇), .부행편(婦行篇)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외에 판본에 따라서는 증보편(增補篇), 팔반가(八反歌), 효행편속편(孝行篇續篇), 염의편(廉義篇), 권학편(勸學篇) 등이 붙어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