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64호] 전문가에게 물어요

전문가에게 물어요. 아기 이름을 뺏기고 싶지 않아요!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아기
전문가에게 물어요. 아기 이름을 뺏기고 싶지 않아요!
물어보는 여자
질문 마크

시부모님이 아이의 태명부터 이름까지 절에서 받아온 이름을 강요하세요!

시부모님과 다른 종교를 가지고 각자 신념대로 믿음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댁은 불교, 친정은 개신교(기독교), 남편과 저는 교회에서 만나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당사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결혼식도 기독교 예배로 치렀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갈등이 일어난 것은 임신을 하면서부터입니다. 시부모님께서 아기의 태명부터 이름까지 절에서 스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연애 시절부터 지어놓은 이름이 있어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태명이야 부모님 뜻을 따라 어떻게 불러도 그만이지만 평생 불릴 이름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습니다. 아기에 대해서 때때마다 불공을 드리시는 것도 불편합니다. 괘씸죄인 대하듯 전화도 안 받으시고 계속 시부모님과 삐거덕거리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답해주는 여자
답변 마크

머리를 굴리면 전략,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지혜가 나옵니다.

부부가 아기 이름을 이미 지어 놓았는데 시부모님께서 절에서 받아오신 이름을 강요하여 당황했을 것 같네요. 아기의 출산에 희망이 부풀어 있을 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니 마음고생이 되겠어요. 더구나 사회 문화의 변화로 핵가족 중심이 된 요즘에 말이죠.

아기의 이름은 부모가 결정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앞으로도 부부의 자치권이 침해받지 않을 거고요. 시부모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죄인 취급하는 것은 시부모의 선택이지만, 아기 부모는 죄인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전화를 안 받으시는 것은 시부모의 선택이지만, 아기 부모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 아기 이름을 시부모님 뜻대로 따라야 하나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거절하는 여자

마음, 뭔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전령

그런데 왠지 시부모님과 삐거덕거리는 관계로 인해 마음의 불편감이 있지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뭐라고 말하는 것 같죠? 뭔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전령 같은 거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뭐라고 하는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의 내면이 나에게 뭐라고 하는가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같긴 해요. 머리를 굴리면 전략이 나오지만, 마음에 귀 기울이면 지혜가 나오거든요.

아기의 양육에는 부모의 전략이 아닌 지혜가 더 필요하죠. 앞으로 태어날 아기가 많은 사랑을 받고 행복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있을 테니까요. 고부간의 갈등은 아기가 조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부모의 평온이 아기에게 가져올 혜택을 제한할 수도 있을 거예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할 수도 있겠네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경우는 비단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겠지요. 삼국 통일을 위한 고려, 백제, 신라의 전쟁이나, 노예 해방을 위한 미국 남북 전쟁이나, 모든 갈등은 양쪽에서 옳음을 추구했으나 죽어 나가는 것은 선량한 백성들이라는 거죠.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다툼 이면에는 누가 힘이 센지를 드러내려는 속뜻이 숨어있을 수도 있어요. 내가 아무리 의로워도 나의 의로움으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이가 더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더 많은 평안을 누리지 못한다면, 내가 이들을 충분히 사랑하는 것일까요?

관계의 질, 거절 여부보다 거절 표현 방식이 중요

이런 의미에서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나 시부모님의 서운한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해요. 아기를 사랑하는 온유한 마음을 내는 거죠. 시부모님은 결혼식도 기독교 예배로 치르게 결혼 당사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셨는데, 스님이 지어주신 아기 이름이 거절당해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시부모님의 서운한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어도 전화를 안 받으시니 문자를 치거나 아기 아빠가 역할을 할 수도 있겠네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자기 표현적인 거절 방식을 사용하면 좋아요. 자기 표현적인 거절 방식은 첫째, 상대방의 마음을 경청해주고, 둘째, 상대방 행동에 대한 비난 없이 나의 감정을 전하고, 셋째, 그 이유를 말한다는 공식이 있어요. 이 공식에 따른다면 이렇게 말해도 되겠지요.

자기 표현적인 방식은 거절하는 여자

자기 표현적인 방식으로 거절하기

“어머니, 어머니가 지어오신 아기 이름을 거절하니, 아기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거절당한 것 같아 서운하셨죠? 저희는 어머니가 지어오신 이름을 받아들일 수 없어 죄송해요. 왜냐하면, 저희는 연애 시절부터 이미 지어놓은 이름이 있기 때문에요.”

01.경청

일부러 아기 이름을 지어 오신
어머니의 이야기 경청하기

02.비난 빼고 감정 전하기

어머니가 지어오신 이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죄송한 마음 전하기

03. 그 이유 말하기

이미 연애 시절부터 지어온 이름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 말하기

더 적절한 표현이 있다면 다르게 할 수도 있어요. 즉, 거절 여부보다 거절 표현 방식이 관계의 질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거죠.

시부모님께서도 지금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실 거예요. 그리고 이 힘든 시간이 수양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아마도 ‘내 뜻은 좋으나 아들 며느리의 입장을 위하는 것이 부처님과 하나님의 뜻일 텐데.’라고요. 더불어 아기 부모가 시부모님의 서운한 마음을 헤아려드리면 잠시 시간이 지난 후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아기와 며느리를 사랑해 주실 거예요. 아기 부모와 시부모님 모두 성장통을 겪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본고는 집필자의 개인의견이며,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힘

글 · 박광석(서울상담교육연구소 소장)

국내 대학 및 한국산업카운슬러아카데미 등에서 상담 교수로 재직하며 1:1 맞춤상담 및 소그룹과 집합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서 ‘불행한 십대를 도우려면’ (원저:Unhappy Teenagers by Dr. William Glasser)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