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62호] 우리 어린이집을 소개합니다

우리 어린이집을 소개합니다.
오독오독 아몬드 나무처럼 자라나요
익숙한 곳을 떠나서
익숙한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건 꽤 흥미진진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자녀들 교육 때문에 어떤 이들은 직업적인 이유로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흩어져서 살아간다. 우리는 첫째 아이가 두 살 무렵 키르키즈스탄이란 곳에서 살 게 되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베이비시터 등을 통해서 아이를 집에서 케어했었는데 조금 크면서부터 이곳의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보내게 되었다.

키르키즈스탄은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CIS(독립국가연합)으로 남고 러시아와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즉, 이곳은 러시아 교육과 거의 유사하지만 시간상으로 차이가 있으며, 러시아와 같은 수준의 양질 교육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곳의 다양한 특성과 어우러져서 조금은 여유 있으면서도 이전의 사회주의 환경에서의 교육방식이 남아 있기에 문화적인 차이와 더불어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넓혀주기도 한다.

유치원 그림

그런데 사실 아무리 훌륭하거나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더라도 부모에게는 그저 낯선 곳이고 아이들에게도 이곳은 상당히 무섭고 두려운 곳일 수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언어의 장벽이다. 언어의 장벽 뒤에 숨겨져 있는 문화의 장벽이 사실 더 크지만, 아이들에게는 이 두 큰 장벽을 허무는 데는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부모가 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의 안도감을 들 수 있게 만든다. 이미 문화와 언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어른들에게 있어서 외국에서의 삶은 시간이 지나도 이방인일 뿐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직 문화와 언어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른들보다도 더 잘 적응하고 쉽게 배우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장점들이 많다.

나탸사선생님
언어의 장벽을 놀이로 무너뜨려준 나타샤 선생님

부모인 나도, 첫째 아들도 이곳에서의 언어인 러시아어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 나는 간단한 생활 수준 언어만 구사했었고 아들은 전혀 한마디도 못 했다. 어린이집을 등록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데 있어서 꽤 고생했다. 언어만 자유롭게 구사했다면 어렵지 않았을 다양한 문서들과 대화들을 통해서 외국에서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을 매일 매일 배워나갔다. 무엇보다도 한마디도 못 알아듣고, 자기가 필요한 걸 이야기도 못할 아이를 이곳에 맡겨두고 떠나야 한다는 건 부모로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런 우리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러시아어를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안심을 시켜주는 선생님이 바로 이 나타샤 선생님이었다.

우리 아이가 러시아어를 못 하니깐 간단하게 색깔부터 알려주면서 다양한 어린이집 학습 도구를 활용해서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원래 러시아 분들이 꽤 무섭고 차가운 이미지가 있는데 이 선생님은 그런 이미지 뒤에 따뜻함을 가지고 계셨다. 그럼에도 아이는 이곳이 꽤 두렵고 무서웠던 것 같다. 거의 일주일 정도는 매일 울면서 헤어졌으니깐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어린이집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히 언어 문제 때문은 아니고 그냥 아이들은 부모랑 헤어지고 어린이집을 처음 등원할 때 이렇게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운다고 하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괜히 외국에서는 조금 더 마음이 민감해지고 별일 아닌 것에도 더 반응하고 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주, 2주, 한 달이 지나고 나서는 아이가 러시아말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에서 놀이할 때도 조금은 이상한 러시아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년이 지나자 이 아이는 나보다도 더 러시아어를 잘했고 선생님들과 아이들과 지내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규율과 질서는 기본

이곳에서의 어린이집도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진 않다. 기본적으로 등원 후 자유시간, 학습, 그리고 중간에 간식시간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차를 자주 마시는 문화가 있는데, 아이들도 간식시간에 항상 차와 함께 빵이나 비스킷 같은 종류들을 간식으로 먹는다. 러시아 교육은 규율과 질서가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이지만 선생님의 엄한(?) 교육방식에 조금은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 같은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봤다.

특히 이곳 어린이집은 매일 2시간씩 반드시 야외활동을 한다. 어린이집 바로 앞 놀이터에서 이런저런 놀이를 매일 하는데, 다른 건 부족했지만 이런 점이 부모로서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의 놀이에는 자유가 있었고 통제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놀 수 있게 최소한의 관여만 하는 부분이 이곳의 교육 방식이었다.

아이들 사진
아들 사진

이 사진은 우리 아들이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아몬드를 깨서 먹는 모습이다. 이곳 어린이집 주변에 아몬드 나무가 많이 있는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면서 아몬드를 돌로 깨서 까먹는다고 이야기했다. 어린이집에서 이곳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그 걱정이 사라지고 아이들은 쉽게 적응하고 어느 환경에서든 잘 자랄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는 어느 나라에 있든지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때 많은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 그게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들은 너무나 잘 지내고 어떤 환경에서든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다. 그래서 한국이든 외국이든 어디에 있든지 자녀들에 대해서 너무 큰 걱정 없이 어린이집에 맡긴다면 그곳 환경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잘 자라나가고 잘 배워나간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의 삶은 어른보다 아이들이 쉽다.

본고는 집필자의 개인의견이며,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힘

글 · 김동환
한국경제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B매거진에서 ‘김씨네가족’을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