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아이사랑 제62호] 육아 즐거워요
내가 퇴근할 무렵에는 대체로 치열했던 상황과 감정이 정리되고, 차분히 하루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국면일 때가 많다. 퇴근이 늦은 편이 아닌데도 애들이 워낙 일찍 자는 편이라, 퇴근해서 애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1시간~2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나의 퇴근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요즘은 막내가 아주 격렬하게 환영해 주지만, 사실 첫 아이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퇴근을 누구보다 기뻐하는 건 아내다. 땔감 구하러 나간 전우가 돌아온 심정이랄까.
얼마 전까지 막내가 젖을 먹었기 때문에 애들 재우는 것도 아내의 몫이다. 불면증 치료에 효과가 좋다는 ‘애들 재우는 방’에서 겨우 탈출한 아내는 언제나 물에 젖은 수건처럼 축 늘어져서 잠시 회복의 시간을 갖는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이제 드디어 쉴 시간이다. 자정까지 한 시간도 남지 않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낮에 이 시간을 상상하며 사 놨던 빵을 꺼내 한 조각을 잘라 먹는다. 그렇게 고소하고 달콤할 수가 없다. 밀렸던 카톡에 답장도 하고 인스타그램도 훑어보고. 두 번째 조각을 잘라 먹으려고 하는 찰나 방에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막내가 깼다.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버텨 보지만 울음은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알고 있다. 이제 저 암흑의 방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한다는 걸. 그래서 버텨 보지만 방법이 없다. 아내는 다시 문을 열고 어둠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내의 하루다. 그래도 요즘에는 조금 나아졌다. 막내가 조금 크면서 모든 게 조금 수월해졌다.
그럼 도대체 남편인 나는 뭘 하느냐. 평일에는 퇴근하면 애들이랑 놀기도 하고, 집안일을 하기도 하고, 애들 씻기고 재우기 전까지의 준비를 맡아서 하기도 한다. 아내가 애들 재우러 들어간 사이에 설거지라도 좀 해 놓기도 하고. 평일에는 어쩔 수 없다. 물리적인 시간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대신 주말을 불태운다. 그렇다고 해서 아내가 완전히 자유를 얻는 건 아니다. 여전히 아내는 모든 일상을 ‘같이’ 할 때가 많다. 다만 평일에는 없는 남편도 ‘같이’하니까 몸과 마음의 여유가 달라진다.
“여보. 고생했어”
“그래. 여보도. 내일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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