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아롱아롱 내리는 비와 함께 아련한 연둣빛 새싹을 보며 따스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향내 나는 커피한잔을 마시면 힘이 불끈 쏟는다는 우리 선생님! 지금 열심히 친구들 속에 섞여 소꿉놀이를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교실마다 웃고 즐거운 지금의 행복은 언제부터였을까요?
폭풍이 지난 후의 잔잔한 전야!!
지난 3월 내내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고생했을 우리 선생님들!
어찌나 열심히 쉬지 않고 우는지 거리를 걸어도, 잠자리에 누워도 환청이 들리는 귀염둥이들의 울음소리를 ‘행복한 노랫소리’로 들린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부족함이 많은 원장이 부끄러워 지려하네요.
선생님들~
지난해 12월에 어린이집 원장으로 오면서 긴장감과 불안함 그리고 기대감이 그득했었답니다. 선생님들께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긴 했지만….
어린 아이처럼 낯설고 선생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두려움의 존재였답니다. 머리가 나름 좋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름도 못 외우겠고 아침저녁으로 오시는 학부모님도 누가 누구인지 뒤죽박죽 이였지요. 오자마자 원내재롱잔치, 산타행사, 경로당 방문, 졸업식, 연말 시설개보수 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정신없이 많은 일들이 주루룩 지나가고 휴우 한숨을 쉬어봅니다. 지금!!
그렇지만 그 많은 일들이 큰 문제없이 치러질 수 있었음은 정신없는 원장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며 차근차근 알려주고 믿고 따라준 우리 선생님들이 있어서랍니다. 욕심도 많고, 성격도 급하고, 잘하고 싶은 의지와 열정이 많은 만큼 함께하는 선생님이 힘들거란 걸 누구보다도 교사 생활을 한 원장으로서 잘 알면서 상황이 다르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매 순간순간 조금이나마 선생님을 배려하고 진행했는지 한번쯤 되짚어 봅니다.
선생님들~ 주변에서 간혹 들리는 이야기로 새로운 원장이 바뀌면 변화되는 일들로 선생님들이 힘들어서 말을 안 듣기도 하고 오랫동안 익숙한 생활에 텃세도 부리고,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하지만 한명도 빠지지 않고 더 단합된 마음과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로 더 화사하고 인원이 늘어 새로 온 선생님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고 행복하답니다.
원장이 바뀌니 선생님들의 미소가 더 많아졌다는 주변의 인사 또한 큰 감사함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한차례 치러진 일들만큼이나 다가오는 아이들과의 생활이 혹여 선생님들을 지치게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육현장에서만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베테랑선생님으로써 나름대로의 기지와 열정으로 순탄한 배를 저어 가리라 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리고 먼 미래를 위한 ‘튼튼한 새싹’으로 가꾸기 위한 노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우리는 가족입니다.
선생님~ 어린이집은 나 혼자만의 소유물이 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직장이라기 보다는 작은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우리 함께 행복하고 웃을 수 있는 일상이 되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오후엔 따스한 커피를 배달하겠습니다. 아름다운 미소와 사랑 넘치는~ 커피향내 내리는 어린이집이 되겠지요.
사랑합니다. 우리 예쁜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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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