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지난호보기
우리들愛

편지공모 우수작

엄마처럼

글. 권도예 (서울 노원 화랑아띠어린이집)

12월을 맞이하는 모든 이의 마음은 지나가는 해의 아쉬움이 남으면서 새로운 해에 대한 각오를 생각하는 달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두 딸의 엄마입니다. 어쩌다 보니 연년생의 딸을 낳게 되고 또 지금은 사춘기의 절정 속에서 삽니다. 기승전결이 있다는데 우리집은 기승전전전만 있습니다. 오늘 아침 그저 딸 이름만 불렀습니다. 그런데 짜증을 냅니다. 뭐라고 불러야 될지…. 아침 시간이라 별 말 없이 잘 다녀오라고만 했습니다. 나도 갱년기 같다고 얘기했지만 영양갱 이름인줄 압니다. 딸이 조금만 다정하게 엄마를 대해 주면 좋겠습니다.

00아!(이름을 적으면 난리가 나서 그냥 이렇게 적습니다.)
예쁜 둘째딸! 엄마 전화기에 네 이름을 이렇게 적어 놨더라. 엄마에게도 넌 예쁜 둘째 딸 맞아, 아들을 바라던 할머니의 기대를 저버려 널 낳고 처음엔 엄마는 눈치를 봤단다. 왜 그랬는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하지만 지금의 넌 정말 소중한 존재란 걸 알지?
공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아니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그래~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열심히 하겠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무조건 밀어 줘야지’ 다짐하건만 하고 싶은 것도, 할 일도 찾지 못하고 인기뮤직 차트의 음악 들으며 색색의 손톱을 칠하는 네 모습을 보면 가끔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 이런 얘기하면 가슴은 원래 뛴다고 하겠지만.

여름 방학 즈음 봉사 때문에 엄마가 일하는 어린이집에서 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잘 되었다, 엄마가 고생하는 모습을 봐야 열심히 공부하겠지란 생각을 했단다. 집에서 네 방도 정리, 아니 벗은 양말도 그 자리에 두고 뱀 허물 벗듯 벗어놓은 옷이며 책, 이불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방 속에서 뒹굴 거리던 네가 얼마나 잘하나 보자 생각했어. 약속된 시간에 어린이집에 와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 내가 예의는 바르게 키웠네’ 싶었다.

선생님들이 자원봉사가 왔을 때 도와줘야 할 업무에 대해 설명하시자 진짜 공손하게 듣고 대답도 조심스럽게 하더라. 화장실 청소를 시키자 벅벅 닦으며 청소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어. 교구장 닦고 놀잇감 정리방법을 설명해 주자 말없이 성실히 하더라. 영아가 네게 관심을 보이자 가장 온화한 미소로 쳐다보기까지. 난 네가 늘 눈을 치켜떠서 웃는 방법을 잊어버린 줄 알았지.

퇴근길에 함께 어린이집을 나오면서 “엄마 나도 어린이집에서 일할까?”라고 말했을 때 엄만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어. 진짜 맘이 이상하더라.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무조건 하라고 해야지 했건만 막상 엄마가 하는 일을 하겠다니 이 알 수 없는 감정은 뭘까? 난 그동안 내 일에 대해 자부심이 없었나? 아마 딸이 엄마가 하는 일보단 조금 더 멋있는 일을 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나 봐. 엄마가 조금은 위선자 같지? 미안!

엄마도 처음엔 아이들이 좋아서 공부를 시작한 건 아니고 성적에 맞게 대학가서 졸업하고 막상 취업해서 일하다 보니 보람도 있고 늘 새롭게 시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게 좋았던 것 같아. 네가 ‘엄마처럼’이라고 했을 때 좋은 뜻으로 한 말 맞지? 엄마보다 더 뭐든지 잘 할거라 생각해! 틈틈이 어린이집에 와서 아이들과도 지내보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도 보고 네게 필요하고 부족한 점을 찾아간다면 좋은 선생님이 될거라 믿어! 딸~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생겨 진심으로 기뻐. 그리고 한 가지만 당부하자 언니랑 제발 싸우지 말자! 엄마도 갱년기다. 양갱이가 아니고…. 나도 관심 받고 싶다고!

발행일 : 2015. 12. 14 | 전화 : 02-6360-6241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Copyrights(c) 2009~2015 <웹진 아이사랑> All Rights Reserved. 웹진 아이사랑의 모든 콘텐츠에 대한 무단도용이나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