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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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공모 우수작

저는 12년차 보육교사입니다

글. 윤은아 (충북 충주시)

12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 했을 때를 생각해 봅니다.
처음 어린이집에 취직을 하고, 아이들을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해가는 과정을 제 눈으로 직접 보며, 신기하고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혹여나 내 반 아이들이 옆 반 아이들에게 맞거나, 옆 반 선생님께 꾸중을 듣기라도 하면 너무 속상해 유치하지만 내 반 아이를 괴롭힌 아이를 찾아가 꾸짖기도 하고, 옆 반 선생님과 싫은 소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자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12년 전에는 그랬습니다.
학부모님들과 교사와의 관계, 그리고 보육교사와 아이들의 관계 모두 서로에게 배려와 존중 그리고 겸손과 기본적인 예절을 지켜가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감사함을 갖는 믿음으로 다져진 서로를 인정하는 그런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12년이 흐른 지금은 너무도 다릅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 혹은 감사하는 마음은 물론
믿음이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하지만 교사가 ‘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진 않을까?’ 하원한 아이에게 가장 먼저 부모님들이 묻는 말은 “선생님이 때렸어? 친구들이 때렸어?”입니다. 가정에서 아이가 놀다 ‘이씨’ 등의 비속어를 사용하기라도 하면 “너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어? 선생님이 그런 말 했어?” 등의 말을 하며 교사를 의심하는 그런 사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매체를 통해 안 좋은 사건, 사고가 하나 둘 나오며 점점 학부모님들의 시선은 변해가고 있었고, 학부모님 눈에 보육교사는 내 아이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함께 놀이 해주는 엄마 같은 선생님이 아닌 ‘내 아이를 때리진 않을까?’ 오해하고 오해받고 의심하고 의심받는 그렇게 교사는 부모님들께 예비 범죄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린이집 마다 cctv가 생겼고, 제 행동 하나하나 감시 아닌 감시를 받게 되었습니다. 왜 잘못된 교사들 몇몇으로 모든 보육교사가 오해 받고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지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습니다. 갑자기 돌아선 부모님들과 색안경 쓰고 보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 너무 힘들고 화가나 당장이라도 일을 관두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속상한 일이 생길 때 마다 저에게 달려와 품에 안기며, 친구들의 일을 이르는 내 자식 같은 아이들 때문에 관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웃음, 사랑을 나누며 섭섭한 마음이 조금씩 잊히고 있을 때쯤 하나의 사고를 겪게 되었습니다.

다른 영아들에 비해 개월 수가 늦어 교사의 손길과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처음 저희 반에 들어왔을 때 심한 편식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마음에 드는 음식이 없으면 하루 종일 굶는 한이 있어도 절대 입을 벌리지 않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옆에서 지지하고, 격려하고, 칭찬에, 과자유혹에 혼을 내 보기도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은 너무 먹지 않아 “관둬 먹지마”라고 얘기하며 식판을 치우는 협박 아닌 협박을 썼다가도 배고플 아이를 생각해 “한 숟가락만 먹어. 한 숟가락만…”하고 애원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 간 이런저런 방법을 써가며 포기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노력했고, 제 마음을 읽어 주었는지 지금은 제가 떠주는 숟가락에 입을 벌리고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제가 가끔 밥 속에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숨겨 주면 ‘너 나 속였어’란 눈빛으로 저의 눈을 쳐다보다가도 ‘내가 한 번 봐줬다. 먹어 준다’라는 눈빛으로 입을 움직여 음식을 삼키고, 눈웃음을 지으며 저에게 입안을 보여주고 칭찬 받기를 기다립니다. 저와 그 아이는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고 믿음과 사랑을 나누며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사를 하던 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저에게 또 그런 장난을 걸었고, 처음에 밥을 잘 먹다가도 장난꾸러기 표정을 지으며, 뒤로 갔다 고개를 좌우로 절래절래 흔들며 바닥에 누웠습니다. 아이가 누웠을 때 저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또 장난을 치는구나’ 생각하고 “맛있게 먹어”라는 말과 함께 아이가 입을 벌린 순간에 음식을 넣어주었습니다. 아이는 음식을 받아먹고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바로 일어나 돌아다니며 다시 장난을 쳤습니다.

그때 바로 그 아이의 부모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님의 첫 마디는 “먹기 싫다는 아이를 눕혀서까지 억지로 먹이시진 않아도 돼요” 어머님은 흥분된 상태이셨고 저의 어떤 말도 어머님께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은 그렇게 자신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이야기 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저는 상황설명을 드리기 위해 글을 쓰며 어머님께 문자 보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어머님과 다시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은 조금 진정된 상태이셨습니다. 저는 상황설명을 천천히 전달해 드렸습니다. 어머님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저는 시간이 되시면 퇴근 후 원으로 방문해주시면 ‘오늘 하루 cctv 영상을 보여드리겠다’ 말씀드렸습니다.

퇴근을 하신 아이의 아버님께서 어린이집에 찾아오셨고, cctv 영상을 함께 보며 다시 한 번 그 때의 상황을 설명해 드림으로써 오해가 풀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다음 날 아이의 어머님은 ‘오해하실 상황을 만들고, 속상하게 해드려 죄송해요’라는 저의 말에 “아니에요. 오해였는걸요. 제가 오해했어요. 선생님 죄송해요”라고 말씀 해주셨습니다.

저도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하고 놀라 떨리기도 했지만 제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기에 떳떳하게 학부모님께 상황설명을 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학부모님께 상황설명을 해드리면서도 제게는 한 가지 걱정과 불안은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매체를 통해 나온 크고 작은 어린이집 사건들을 보면, 보육교사의 생각이나 입장 그날의 상황을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다뤄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얘기를 듣지 않고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려 들면 얼마든지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를 믿고 오해를 풀어주시고, 오해를 해 ‘죄송하다’ 사과를 해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했고, 비록 나쁜 뜻으로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아이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뒤 늦게 하게 되며 그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육교사에 대한 안 좋은 시선에 억울해하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기만 했던 제 자신에게 이번 일은 긴장과 경각심을 갖게 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난 지금은 아이에 대한 애정으로 하는 행동일지라도 저의 그 행동을 받게 되는 아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에게 이번 일은 마음은 많이 아팠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고 저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고 좋은 기억을 만들며 생활하려 합니다. 제가 사랑이 가득한 그런 ‘엄마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 해주세요.

p.s 이 글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충주 아기사랑어린이집’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좋은 교사상을 찾아서”라는 곳에 제가 발표한 자아성찰적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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