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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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愛

편지공모 우수작

사랑하는 너에게

글. 홍승아 (인천 연수구)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어이쿠야, 큰일 났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 역시나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어. 너를 만난 지 일주일…. 화장실에서 손에 피가 흥건히 묻을 정도로 성기를 쥐어뜯던 너. 얼굴이 새하얘져 상처를 확인하고 부모님께 전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며 ‘아…, 내 교사 생활은 이제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 어머님과 통화 후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 말에 안도와 걱정이 뒤엉켰지.

너와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만 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앞이 깜깜했어. 그래도 내가 누구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너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인도하리라 다짐에 다짐을 했어. 그런 다짐을 한지 일주일도 아닌 하루가 지나 낮잠을 자지 않겠다며 꺼이꺼이 울던 너. 달래고 달래도 달래지지 않는 너. 한 없이 울던 네 옆에서 따라 울고 싶었던 나. 그렇게 달래며 하루를 보냈지.

네가 집에 간 뒤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감과 무기력이 몰려들었어. 그래도 ‘다음 날은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다 잡고 파이팅을 외쳤어. 그 다음 날 다시 너를 맞이했고 넌 교실에 들어와 ‘으아~~!!’하는 공룡소리를 내며 그 넓은 교실을 초원인양 뛰고 또 뛰고 지친 기색 없이 계속 뛰어다니며 앉아 있는 친구들을 밟기도 하면서 뛰었지. 그러다 체온이 올라가면 온 몸을 긁기 시작했고 아토피라는 녀석들이 온 몸에 슬금슬금 올라와 너를 괴롭혔어.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부채질도 해보며 솟아오른 아토피를 진정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도 불고하고 실패…. 결국 넌 활동 중간에 부모님과 함께 귀가해야했지. 밥 먹을 때도 우엉과 김을 제외한 모든 반찬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밥밑에 몰래 숨겨 보아도 혀라는 반찬 탐지기로 하나하나 걸러내어 뱉어내 결국 김 하나로 밥을 먹어야했지. 그렇게 3개월이 지나 6월.

무겁게 입고 있던 기저귀를 떼며 화장실에서 소변도 잘 보고 더 이상 성기를 긁는 일이 생기지 않았어. 밥과 반찬도 골고루 다 먹고 심지어 매운 김치까지 다 먹는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나는 정말 행복했단다. 절대 눕지 않겠다며 오뚝이처럼 일어나던 낮잠 시간에도 내 팔을 꼭 잡고 새근새근 소리와 함께 잠에 들던 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는 분명 이런 얼굴을 하고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품게 해줬지. 놀이 할 때도 교실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지켜가며 놀이를 하고 블록으로 기차를 만들어 “선생님, 이거 기차에요. 이거 타고 놀러 갈 거예요”라며 작품을 소개하며 웃는 너. 웃을 때 마다 만개하는 보조개까지. 어쩜 이리도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그런데 3개월이라는 긴 적응기간을 지내며 너와 내가 마음을 열고 사랑하게 되었는데 어머님의 청천벽력 같은 말 한 마디 “이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고 동생도 생겨 친정어머니가 계신 서울로 이사가야할 것 같아요” 아… 어머니.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다시 한 번 낯선 환경에서 힘들게 하셔야 되겠어요? 난 절대 반대를 했어. 새로운 아이를 받기 싫어서? 신입원아 적응프로그램을 하기 싫어서? 아니 이곳에 와서도 적응하느라 3개월 동안 힘들어하던 너를 내 두 눈으로 보고 이 마음으로 느끼고 또 느꼈는데 너보고 이 일을 또 한 번 하라고? 그것은 너에게 너무나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행히 내 마음이 어머님께 닿아 너와 지금까지 계속 행복한 추억을 만들며 지내고 있지. 난 너를 볼 때 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단다. 내 사랑을 받으며 쑥쑥 자라나는 너의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과 함께 보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매일 매일 환하게 웃으며 교실에 들어오는 너. 보고 싶었다고 나를 꼭 안아주며 볼에 뽀뽀해 주는 너. 친구들과 즐겁게 놀이하는 너.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발행일 : 2015. 12. 14 | 전화 : 02-6360-6241 | 웹진 <아이사랑>은 두 달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독자들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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