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Au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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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운영의 달인되기

엄마가 적응하는 만큼 아이도 적응할 수 있어요

글. 김후남 (서울 구립새싹어린이집 원장)
김후남 (서울 구립새싹어린이집 원장)

매년 신학기가 되면 교사들은 새로이 어린이집에 등원하게 될 아이들과 재원하여 상급반에 진학하는 아이들을 위한 준비로 분주합니다. 신입원아는 물론이거니와 재원원아도 바뀐 환경과 새로운 선생님과의 적응을 위해 애를 쓰는 시기입니다. 울음으로 엄마와의 헤어짐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하거나 선생님 품에 꼭 안겨 엄마가 오는 시간만을 기다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 시기 어머니들 또한 아이들 못지않게 불안해하시며 자녀와 헤어지는 훈련을 해 나갑니다. 매일 아침 적응기간을 무사히 잘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등원하리라 생각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적응을 돕기 위한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부모의 적응하기

부모가 어린이집에 적응한다는 것은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노력하는 일입니다. 어린이집의 하루일과나 원 생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아이가 하루 중 어떤 시간을 가장 재미있어 할지 기대를 표현하며 교사에 대한 믿음을 말과 표정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나눕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아이들도 선생님을 엄마와 친한 이모처럼 생각하고 교사에 대한 편안함과 신뢰가 쌓여 갈 수 있습니다.

적응기간 동안 부모는 아이의 신체, 언어, 정서, 사회성, 기본생활 등의 발달적 특성이나 습관에 대해 교사와 공유합니다. 장점이나 잘하는 것은 물론이며 힘들어 하거나 좋지 않은 습관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적응단계는 개별적 상황에 맞추어 점차 시간을 늘려 진행 할 수 있도록 꼭 배려해야 합니다. 처음엔 한 시간 정도 엄마와 함께 원에 머무르며 엄마가 안 보이는 곳에도 있어 보고, 짧은 시간 혼자 있어 보는 경험을 거쳐서 이후에는 시간을 좀 더 늘려 간식이나 점심을 먹고 귀가하다가 마지막엔 낮잠을 자고 귀가하게 되면서 적응기간을 마무리합니다. 이때도 “어제는 교실 안까지 엄마가 데려다주었는데, 오늘은 어디까지 데려다 줄까? 엄마와 교실 앞까지 가볼까?” 용기와 격려를 통해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적응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갖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하며 채근을 하는 것은 오히려 적응을 더디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만3~5세 유아반원아들도 마찬가지이며, 부모의 욕심으로 아동의 개별적인 성향이나 준비도의 개인차를 간과하여서는 안 됩니다. 적응기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으로 어린이집에 다녀야 하는 날이 훨씬 길다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모의 적응하기

 

아동의 적응하기

교사는 아동에게 엄마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슬퍼하는 아이를 안고 아이의 흐느끼는 거친 호흡을 함께 느끼며 “엄마와 헤어져서 많이 속상하구나…. 엄마가 보내주신 편지 우리 한번 볼까?”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선생님의 공감은 아이를 더욱 외롭다 느끼게 할 수 있답니다.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민감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며, 조금씩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손을 잡고 보육실을 둘러보며 천천히 친구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부모에게 전해들은 아동의 습관이나 버릇, 좋아하는 것들을 챙겨 적응을 도와줍니다.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며 칭찬해 주셔야 합니다. 따뜻한 눈빛과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며 선생님이라는 존재를 엄마처럼 든든하게 여길 수 있도록 적응하는 원아를 응원합니다.

너무 성급한 교사는 아이가 아직 마음의 문을 열기도 전에 안거나 손을 잡아서 오히려 아이를 두렵게 하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만약 여러분도 누군가가 나와 친해지려고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면 몹시 당황스럽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아이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시간에 등원하고 규칙적인 일과 속에서 다음 놀이는 무엇인지, 어디로 이동하는 건지, 언제쯤 엄마가 오시는 지를 잘 설명해주어 아이 스스로 예측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엄마와 만났을 때 기뻐하는 아이를 공감해 주며 하루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하며 구체적인 상황에서 아동에 대한 칭찬도 함께 전달합니다. 내일도 선생님이 재미있는 놀이와 함께 원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약속을 통해 내일에 대한 기대와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아동의 적응하기

 

원에서의 배려

“친구들과 잘 놀고 있을까?” “계속 울고 있는 건 아닌지….”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서 엄마 부르며 울어요. 이러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아이를 처음 원에 보낸 부모님들은 자녀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걱정스럽고, 궁금한 것이 무척 많습니다. 언제든지 부모가 원할 때는 자녀의 활동모습을 참관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적응해 가는 상황에 대해 수시로 부모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아수첩이나 적응일지, 스마트알림장 등 다양한 소통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함께 적응을 하는 동안 부모가 전달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아이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필요한 내용은 즉시 간단히 메모하여 아동에 대한 자료를 얻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가정과의 연계 활동을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간혹 부모의 직장생활로 인해 적응 기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부모의 요구와 아동의 적응상황을 잘 조율하여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적응기간이 다소 길어져 부모님이 원에 오래 머무르시더라도 부모님의 입장에서 마음 편히 맡기고 가실 수 있도록 일방적인 계획의 전달이 아니라 아이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안내해 드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놀고 있을 때 도망치듯이 사라져 버린 엄마는 아이에게 불신감을 갖게 하여 더욱 분리불안을 느끼게 되므로 아이가 울더라도 꼭 아이와 인사하고 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아이가 웃으면서 엄마와 헤어지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갔다가 약속한 시간에 다시 오는 엄마와 만나는 경험이 쌓여갈수록 차츰 불안감이 없어지게 된답니다.

학기 중에는 한두 명씩 적응을 하게 되어 교사의 집중적인 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신학기 초에는 여러 명의 적응원아들이 함께 있어 개별적인 섬세한 배려가 다소 부족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일정 기간 동안 개별 등․하원시간을 달리하여 계획함으로써 좀 더 많은 시간을 교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경적인 배려 중에는 벽면에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가족사진을 놓아두어 사진을 보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거나 가족생각을 하며 잠시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하는 것도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또 우리 아이가 특별히 더 따르는 분이 있다면 그런 분들의 응원메시지를 녹음하여 담아두었다가 아이에게 들려주면 표정도 밝아지고,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용기를 갖게 된답니다.

원에서의 배려

 

지금까지 새로운 원에 적응하는 원아와 부모를 위한 교사의 역할과 원에서의 배려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해 낼 수 있다”는 아이에 대한 무한한 지지와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믿어주고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세상을 향한 힘든 첫발을 단단하게 내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신뢰를 쌓아가고, 자존감을 형성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기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렇게 중요한 적응기간을 형식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았는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부모의 일정에 맞추진 않았는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교사의 진심이 잘 전달되는 안정적인 적응기간을 갖기 위한 방법을 찾아 행복한 고민에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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