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고 햇살이 눈부시던 가을날,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파란나라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자 1층에 어린이집 간판이 보입니다. 파란나라어린이집은 가정어린이집으로 4명의 교사와 18명의 영유아들의 보금자리입니다.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자고 난 아이들이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낮선 손님에게 배꼽인사를 합니다.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오후의 나른함과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은 과일을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친구와 놀거나 선생님과 함께 오후를 여유롭게 보냅니다.

마침 외부에서 미술선생님이 오시는 날입니다. 일주일 만에 만난 선생님을 보고 아이들은 반가워합니다. 커다란 가방에서 수업에 필요한 재료를 꺼낼 때마다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입니다. 오늘은 먹물과 알코올로 미술놀이를 합니다. 갓 돌 지난 동생부터 4살 형아까지 한 자리에 모여 앉아 먹으로 그림을 그리고 알코올을 뿌려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시간입니다.
먼저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고 아이들도 차례를 기다렸다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봅니다. 아이들 입에서 ‘우와~’, ‘우~’, ‘나도 나도’ 등 감탄사가 튀어나옵니다. ‘별 같아요’, ‘눈송이 같아요’ 아이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변화에 감탄합니다. 형아들의 동작을 멀뚱이 지켜보던 아가들도 뒤뚱뒤뚱 다가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그립니다. 곧 처음 접한 새로운 세계에 흠뻑 빠집니다. 아이는 그 작은 도화지에서 밤하늘의 별을, 소담스럽게 쏟아지는 함박눈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요. 신난 아이들을 지켜보는 교사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집에서 접하기 어려운 활동들을 위주로 외부 프로그램을 활용합니다. 체육과 미술, 음악 등 예체능 수업을 진행하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박영란 원장은 보육에 치우치기 마련인 가정어린이집이지만 표준보육과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미술교사와 놀이를 하는 동안 한 교사가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합니다. 부모들이 수시로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입니다. 그날그날 활동 내용은 물론 식사와 간식까지 사진으로 찍어 전송합니다. 이런 자신감과 배려가 부모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부모들이 안심하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박 원장과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크기 때문입니다. 개원 후 교사의 이동이 한 번도 없이 초기 인원이 고스란히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의 교사 이직률이 상당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가 가는 이유겠지요. 파란나라어린이집은 부모들과도 교류도 많고 행사 참여율도 높습니다.

박 원장은 아이들이 엄마 품을 떠나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곳이 어린이집이므로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영유아의 경우 가정에서 엄마가 잘 돌봐줄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좋죠. 하지만 여건상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 최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부모들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린이집 운영에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원아가 새로 입소하면 박 원장이 아이를 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 해당 반에 들여보내곤 합니다.

첫 정 때문인지 아이들은 유난히 박 원장을 따릅니다. “아이들은 눈빛으로도 느낍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대하는지 형식적인지를요.” 원아들이 박 원장에게 수시로 다가와 무릎에 안기도 하고 손을 잡고 끌고 가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은 현재 0세~4세 반까지 운영되므로 나이가 차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원을 떠나야하는 원아들의 부모들로부터 민간어린이집 개원을 요청 받곤 합니다. 하지만 보살핀 만큼 순수하게 좋아해주고 따르는 영유아들에게 흠뻑 빠진 박 원장은 소규모지만 가정어린이집을 고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