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어린이집 앞마당에 있는 텃밭에서 무를 뽑습니다. 마치 산심이라도 캔 듯 큰 소리로 외칩니다. “와! 크다.”
이에 자극을 받은 듯 다른 아이들도 쑥쑥 무를 뽑습니다. 손놀림이 빨라집니다. 순식간에 무가 텃밭 한쪽에 그득 쌓입니다.
대구 북구 관음동에 있는 관음어린이집은 30년 전 칠곡읍에서 대구광역시로 편입되면서 택지로 조성된 지역입니다. 아파트보다 일반 주택이 많고 조금만 걸어가면 들과 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지리적 여건을 배경으로 관음어린이집은 1996년 설립 이후 줄곧 생태유아교육을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이제는 생태교육에 대한 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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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어린이집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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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편화되었지만 90년대 후반 당시에는 교육이라고 하면 학습을 떠올리기 마련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글자와 숫자를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관음어린이집 서창규 원장은 어려서부터 자연을 체험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집 개원 이듬해인 1998년 건물 앞, 뒤로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땅을 일구고 씨를 뿌렸습니다. 봄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들로 나갔습니다. 쑥을 캐며 움트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도록 했습니다. 서 원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2005년 4월부터 현재까지 (사)생태유아공동체와 (사)숲유치원협회 대구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텃밭교육, 생태교구놀이, 생태먹거리 등 3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생태유아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숲 유치원'이라는 프로그램과 연계하고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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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학부모 참여수업으로 진행한 ‘생태 나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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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실내에 걸린 생태 나들이 수업 사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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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원장이 설명하는 숲 유치원은 아이들과 숲으로 나들이를 가서 놀이를 통해 자연을 배우는 것을 말합니다. 숲 유치원 프로그램은 텃밭 중심의 생태유아교육이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확산 추세에 있습니다.
관음어린이집이 주로 가는 곳은 근처 명봉산입니다.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7월에는 ‘가족과 함께 숲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타이틀로 학부모 참여수업을 숲에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비정기적으로 숲 나들이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자연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메시지에 아이들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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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규 원장(왼쪽 첫 번째), 나영수 원감
(오른쪽 첫 번째)과 관음어린이집 교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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됩니다. 관음어린이집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다도교육은 이런 마음을 이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도록 돕습니다.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내어 친구에게 대접하고, 반대로 친구의 차를 받아 마시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정을 키워갑니다. 옅은 녹색 빛깔의 차를 마시며 다시 한 번 자연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관음어린이집의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초록빛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관음어린이집은 이밖에 시간연장반, 장애통합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간연장반은 젊은 맞벌이 부모를 위해 저녁 9시 30분까지 운영됩니다. 5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15명으로 늘었습니다. 정서장애 아동을 일반 아동과 함께 보육하는 장애통합반은 1996년 개원 때부터 운영되고 있습니다. 나영수 원감은 “예전보다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별 어려움 없이 장애통합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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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규 원장의 안내로 건물 뒤쪽 또 다른 텃밭으로 가니 고구마를 캔 자리에 양파 모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겨울에도 아이들에게 초록빛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교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자 서 원장이 녹차를 준비합니다. 10분 정도 차를 우려내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물을 끓이고 찻잎을 다기에 담고, 적당히 식은 물을 붓고 또 기다리고…. 그렇게 10분 정도 차를 우려내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차 한 모금 마시자 차향이 입 안 가득 퍼집니다. 차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가득 느껴집니다.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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