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첫’이란 글자는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아이사랑카드 또한 그런 설렘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번거로운 서류절차의 간소화, 보육료지원의 투명화 등을 위하여 새롭게 도입되는 아이사랑카드! 과연 부모, 어린이집, 공무원의 골치 덩어리였던 보육료의 지급 방법이 어떤 방식으로 바뀔까?

시범사업 실시지역이라는 기대와 설렘 속에 기대 반 궁금증 반으로 신분증과 통장사본을 준비한 후 주민센터에서 보육료 신청서와 아이사랑카드 신청서를 동시에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신청서 작성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불신과 시스템기준에 반기가 들더군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바우처 카드 형식이나 체크카드를 선호할 텐데 신용카드라니…. 신청서 작성에 펜을 긁적이면서도 머릿속은 ‘꼭 신용카드로만 신청해야하나’하는 무거운 돌덩이가 맘속에 자리 잡더군요.

어려웠던 보육료 흐름 한눈에 쏴~악

그런 불편한 맘도 잠시 2~3주 만에 등기로 받은 새로운 느낌의 아이사랑카드! 과연 이 카드가 어떤 시스템으로 우리의 짐을 덜어줄까? 처음에 가졌던 나의 불신을 없애줄까? 당장 사용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아직 시행초기라 5월 중순부터 사용 가능하다는 말에 결제를 잠시 미루어야 했습니다.

드디어 우리아이의 보육료를 결제하는 순간! 구두로만 듣던 우리 아이의 정부지원금과 본인부담금, 그리고 구립과 민간의 차액분이 종이 한 장에 다 나타나니 이해가 어려웠던 보육료의 흐름이 한눈에 파악되어 참 신기하고 새로웠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엄청난 예산과 보육료 관련에 종사하신 모든 분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아직 시범단계이니만큼 우왕좌왕 할 수도 있고,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들릴 거라 생각되지만 개선점을 찾고 보완해서 아이사랑카드가 원래의 정책취지에 맞게 제 집을 잘 찾아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9년에 새로 배정받은 보육지원팀은 한마디로 전쟁터였다. 보통의 능력을 가진 한공무원에게 감당하라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많은 예산을 집행하는데 보조금 집행의 적정성 및 어린이집에서의 집행의 투명성을 위해 지도 점검하는 일까지 어떻게 한 개인공무원에게 다 감당하라는 말인가? 이것은 개인이 약간의 실수를 하더라도 당연히 시스템에서 걸러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왔다.

그러던 중 ‘i(아이)-사랑카드’ 시범사업 담당까지 맡게 되었다. 3월의 그 소용돌이 속에서 갑자기 i-사랑카드담당까지 맡아 정말이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 쓸 정도의 시간을 보냈고, 수험생처럼 하루에 2~3시간씩 자는 생활을 이어갔다. 1차 시범지역 연찬회 때 i-사랑카드에 대해 교육을 받으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무원의 보육료지원 업무 부담감소, 어린이집의 투명화, 학부모의 보육지원체감도 향상 등의 제도적 취지가 와 닿았고, 이것이 바로 공무원 한 개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지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그 시스템이 도입된 후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최전선에 내가 있어야 하는 현실이었다.

시스템적 지원을 위한 제도 취지에 공감

하지만 내가 못한다고 한일 남이 할리는 만무하고, 긴장과 두려움 속에 4월을 맞이하여 현수막, 입간판, 아차산 메아리, 가정통신문 등을 통한 홍보, 보육료 집중신청에 야간근무 및 주말 근무 등을 통한 97%의 i-사랑카드 신청률 제고, 새로운 보육통합시스템인 어린이집 지원시스템 시설장 집합교육 및 7회의 실습교육, 204개소의 단말기 설치 등을 하면서 어느덧 5월이 되었다.

i-사랑카드 사업은 공무원 한 개인에게 그 많은 일을 감당하라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지원이다. 그 사업의 정당성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 정당성을 위한 일련의 구축과정이며, 여러 가지 내홍을 겪으면서 완성되리라 믿는다. 그리하면 내 뒤의 오는 후임 공무원은 좀 더 시스템적인 지원을 받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