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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제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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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아이사랑 제51호] 육아탐구중 - 부부, 행복한 육아를 위해 선을 지켜주세요

육아 탐구중

옛놀이로 신나게 놀아요

‘나를 품절남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결혼식날을 기다리며)젠장 왜 이리 시간이 가지 않는 거야?’ ‘헤어지고 혼자 돌아오는 게 넘 싫어’ 몇 주 전 끝난 로멘틱 드라마의 남주의 이 달달한 고백들로 여심을 흔들며 드라마의 엔딩은 행복한 결혼식 장면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처럼 남녀의 사랑의 감정은 호르몬의 강력한 힘과 함께 연애 기간 및 신혼 초 누구에게든 판타지를 안겨줍니다.
최장 3년 정도 지속되는 이 감정은 외로웠던 영혼 둘을 하나로 묶어주면서 새로운 자폐적 공생관계가 시작됩니다. 감정적으로 너와 나의 연결선에 즐거워하고 벌거벗듯 민낯의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며 공감하며 인간 존재의 외로움을 잊게 됩니다. 부모를 떠나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내 편을 만들어주는 안도감, 만족감을 줍니다. 이런 짜릿함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우리 몸에서 만드는 이 사랑의 묘약은 네버엔딩이 아닙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면 마법이 풀리듯 서로의 눈의 콩깍지는 벗겨집니다. 두근거리던 신체 반응도, 마음의 설렘이나 흥분도 사라집니다. 서로가 예전에 보이지 않은 모습들을 보게 되면서 실망하며 다투게 됩니다. 둘의 관계는 더 이상 분홍빛 감정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부부에서 자녀로 무게중심 이동이면서 갈등 시작

사랑의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마음은 너무나 현실이 됩니다. 연애 때 만난 나의 짝이 어느 날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더라? 이런 사람인줄 몰랐다? 내가 속아 결혼 했나? 온갖 의심과 불만이 올라올 무렵 아이가 태어납니다. 자녀로 인해 ‘부부는 부모라는 옷’을 덧입게 됩니다. 아이가 생기면서 부부가 더욱 끈끈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아이가 생기는 기쁨도 잠시 막상 자녀 양육의 실전 앞에서 당황하고 힘겨워집니다. 부부생활은 더 이상 그들 자신이 중심이 되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자녀에게로 바뀌어갑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계획했던 원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관심이 자녀에게로 넘어가는 과정부터 서로에게 갈등이 됩니다. 갑작스레 생긴 자녀로 여전히 아내의 사랑을 원하던 남편은 아내가 아들밖에 모르는 모습에 서글퍼집니다. 자존심 상한 남편은 야속한 마음에 야근이다, 약속이다 라며 집밖으로 맴돌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육아로 힘든 아내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도 돌봐주지 않는 남편이 무척이나 이기적으로 보이고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해야하는지 원망하게 됩니다. 반대로 아내보다 자식에게 끔찍한 남편의 경우 아내는 애정을 자녀에게 뺏겼다는 무의식의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아이를 위해 아내가 희생하는 건 당연하고 온통 자녀 사랑에 빠진 남편 모습에 아내는 서럽고 자식이 괜시리 미워 자꾸 멀리하게 됩니다. 이런 아내를 남편은 모정도 없는 엄마라며 냉정한 사람으로 낙인찍고 자녀를 더 끼고 돌려합니다.

이처럼 부모 역할을 잘 해내면서 친밀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한 남자, 한 여자가 만나 남편, 아내가 되고 이젠 아빠, 엄마의 역할을 동시에 기대합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환경에 적응하며 색을 바꾸는 까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적절한 역할의 옷을 입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면 대부분의 부부는 결혼생활의 모든 에너지를 자녀 양육에 쏟습니다. 자녀의 요구, 유치원이나 학교 일정, 숙제나 공부, 다른 방과 후 활동들, 사춘기 자녀가 되었을 때 변화되는 기분 다루기 등 이 수많은 과제를 잘 돌보면서 결혼생활에서의 부부간 친밀함을 쌓는 시간을 갖는다는 게 쉬운 일일까요? 친밀한 결혼생활과 자녀 양육을 모두 하는데 따르는 긴장을 다루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좋은 배우자이면서 좋은 부모가 되기를 바라는 이중 역할은 컨디션이 최고인 날에도 성공적으로 해내기가 무척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자녀’라는 통제하기 어려운 과제

자녀 양육을 자식 농사로 비유하곤 합니다. 농사는 잠시 손을 놓으면 수없이 솟아나는 잡초들로 작물을 망치기 쉽습니다. 끊임없이 잡초를 뽑으면서 적절히 물, 거름 등을 주기적으로 주어야 작물이 상하지 않고 잘 자랍니다. 자녀 양육은 농사처럼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가 들고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부부 둘이서 성인으로서 살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결코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자녀’라는 통제하기 어려운 과제가 주어집니다. 특히 자녀 양육에서 가장 신체적으로 힘들고 수고로운 시간은 3년까지입니다. 그 시기의 양육이 가장 힘듭니다. 물론 그 이후도 끊임없이 자녀와 관련된 새로운 발달 과제로 서로 신경을 써줘야 하지만 이 시간을 넘어가면 그래도 많은 부모들이 숨 쉴 여유가 생긴다고 느낍니다. 육아 휴직이 3년인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시기에 부부가 어떻게 자녀 양육을 하려는지 등의 신체적, 심리적 동참 정도에 따라 부부 갈등의 강도가 달라집니다. 자녀 양육은 처음 부모가 되는 부부에게 난감하고 좌충우돌하게 하는 힘든 과제입니다.

자녀 양육이라는 이 힘든 과제를 부부가 현명하게 다루지 못하면 결혼생활은 쉽게 위태롭게 됩니다. 만일 남편이 회사 일 등으로 바쁘다며 양육을 아내에게만 맡긴다거나, 주말에 쉬면서 자녀를 봐 달라 하면 고작 1~2시간 보고 아내를 다시 찾거나, 혼자 게임하거나 혼자 낚시 등 취미생활 하면서 쉬겠다고 동굴로 숨어버린다면 아내는 독박육아로 내팽겨진 원망스런 심정에 서슬퍼런 한을 마음속에 품게 됩니다. 반면 아내가 아이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는 원망에 힘들다며 자는 아이를 두고 밤 마실 나가거나 게임이나 SNS에 빠져 집에 있어도 제대로 아이 돌보는 것을 하지 못하면 남편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되는 마음에 좌불안석이 되면서 점차 자신의 일도 소홀하게 되어 생계 위협을 받게 됩니다.

 

부모의 불화가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 이어져

이와 같이 복잡하고 요구가 많은 부부와 부모의 두 역할간의 균형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아 긴장이 생기면 불만이 생기고 이는 곧 부부싸움의 근원이 됩니다. 배우자에 대한 불만이든 부모 역할에 대한 한계나 지친 감정이든 불편한 감정을 서로 잘 소통하지 못하면 뿜어낼 다른 통로를 찾게 됩니다. 가정에서 쉽게 그런 통로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자녀입니다. 주체할 수 없는 불만이나 화를 결국 가정의 최약자인 자녀에게 쏟아냅니다. 잠투정을 하거나 편식을 보이는 아이의 아주 일상적인 행동에도 버럭 화를 내며 말 안 듣는 아이, 부모를 못 살게 구는 나쁜 아이라며 짜증을 냅니다. 심한 경우 격한 욕설과 비난을 하기도 하고 손찌검 등의 신체적 학대도 가합니다. 이럴 때 부모는 자신이 얼마나 지독스런 나쁜 말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심하게 아이를 때리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화낼 구실을 찾던 부모는 자녀가 하는 행동이 단지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성과 행동의 수위가 높아집니다. 체벌이 위험한 건 때리는 행위가 한 번 시작하면 강도는 자꾸 더 세지고, 감정이 실리면 더욱더 가혹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맞는 자녀는 언제 변할지 모르는 부모의 감정에 대한 두려움, 불안감에 휩싸이고 왜 이렇게 맞아야하는지에 대한 심한 모욕감과 억울함을 느끼며 드러나지 않은 자기 존재에 대한 불신, 부모에 대한 원망의 깊은 심리적 상처를 만들어 심한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까지 겪게 됩니다.

 

경계선이 제대로 작동할 때 아이들은 안정감 느껴

꼭 부부싸움을 격하게 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에서도 아이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냅니다. 일주일 이상 대화를 하지 않은 냉냉한 분위기, 부릅뜬 눈에서 느껴지는 살기, 눈길도 주지 않은 무시하는 태도, 무뚝뚝한 말투나 차가운 행동... 자녀는 보이지 않은 살얼음판위를 걷는 심정이 됩니다. 이에 대한 불편함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자녀들은 부적절하게 산만한 행동을 하거나 갑자기 떼를 쓰거나 잠을 깊이 자지 못하거나 어린이집에 가기 싫거나 가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등등의 모습으로 자신의 힘든 마음 상태를 행동화합니다. 이처럼 부부사이가 갈등이 생기면 자녀는 그 안의 희생양이 됩니다.

자녀 양육이 쉽지 않고 힘든 과제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긴장을 줄이고 부모도 자녀도 행복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미성년의 자녀가 스스로 독립할 때까지는 부모는 자녀의 삶의 책임자가 됩니다. 그렇다면 자녀의 양육을 부부가 함께 책임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한 명의 배우자가 혼자서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가? 혹은 한쪽 배우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가? 여기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경계선의 문제’입니다. 경계선은 가족 구조 내에 존재하는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입니다. 그 중 여기서는 부부와 부모의 경계선을 다루고자 합니다. 자녀와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것이 건강한 가족이 아닙니다. 부부의 영역이 따로 있고, 부모로서의 영역이 따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 영역을 보여주는 것이 경계선입니다. 부부 영역의 내용인지, 부모 영역의 내용인지를 구별해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경계선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을 때 아이들은 안전감을 느끼고, 부모는 적절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들을 돌봐 줄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가족이 보이는 경계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너무 팽팽해도, 너무 느슨해도 문제가 됩니다. 팽팽하면 융통성이 없는 모습으로 서로의 경계를 강조하면서 선 넘는 행동에 비판적이고 선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가족 간 거리감이 증가하고 친밀감은 감소하며 지나치게 긴장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느슨하면 서로 영역을 계속 침범하고 누가 책임이 있는지의 소재도 명확히 가리기 힘듭니다. 건강한 가족의 경계선은 자녀의 연령에 따라 발달적으로 유연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즉 자녀는 자랄수록 책임감을 가지고 더 많은 자유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분명한 경계선이 없는 가족의 아이들은 아이로서 안전하지 않고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경계가 심하면 자녀는 배제된 기분에 가족 내 애착이 떨어지고, 경계가 너무 느슨하면 자녀는 책임을 스스로 질 줄 모르는 나약함과 혼돈감에 빠지거나 혹은 자신의 욕구대로 부모를 조정하려 드는 멋대로 하는 모습을 갖게 됩니다.

 

행복한 양육은 건강한 부부관계에서 출발

우리가 바꿔야 할 생각들 중에 좋은 부모라야 좋은 배우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자녀의 요구를 우선시하는 것만이 건강한 가족인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부부는 자녀와 잘못된 결탁을 해서 배우자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다 자란 후에 부부가 다시 둘만의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부부의 친밀감을 위한 노력이 부재하면 부부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경계를 지키는 것은 자녀만이 전부인 가정이 아니라 부부나 다른 사람의 욕구가 균형을 이루어가는 것을 말하고 그럴 때 자녀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한다는 의미입니다.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는 행복한 양육이 되려면 우선 배우자와 함께 하는 부부관계를 중시해야 합니다. 가족 전체의 식사가 아닌 부부만의 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정기적으로 이러한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 양육의 투쟁을 위한 시간과 별도로 오직 둘만의 시간을 따로 갖는 것은 앞으로의 가정의 문제나 자녀 양육에서의 위기 등의 힘든 시기를 이겨나가는 데 필요한 애정과 신뢰의 기반이 됩니다. 부부의 시간에 자녀가 끼어드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것이 경계를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자녀가 소외감을 느끼고 외로움을 호소해도 자녀는 부부 생활에 침범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부부와 부모의 경계 지키기, 또 다른 행복한 육아의 길

이런 부부의 긍정적 관계 형성을 통해 부부는 서로에게 행복 칼로리를 쌓게 됩니다. 그래야 힘든 일이 있을 때 자녀에게 감정을 전가하거나 혹은 자녀를 배우자 삼아서 내 편으로 만드는 선 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가정 내 경계가 불분명하면 자녀도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어린 자녀가 어른의 감정과 어른의 역할을 하게 되어 심리적으로 조숙의 병이 생깁니다. 경계를 제대로 배우게 되면 부모를 통해 성 역할, 어른의 역할을 제대로 배우게 되고, 타인에게 존재하는 선을 이해하면서 자신도 보호하며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 배우게 됩니다. 사회적 눈치는 ‘타인과 나의 선을 볼 줄 아는 눈’이기 때문이다.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처럼, 자녀로부터 떨어져 부부로서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는 의식을 개발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부부와 부모의 경계를 지키는 모습이 또 다른 행복한 육아의 길이 된다’는 점 잊지 말도록 합시다.

이영민 소장

글. 이영민 (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초등학교 교사를 거처 소아정신과 심리학습실 치료사, 한국아동상담센터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동남보건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건강진흥원 강사, 의정부법원 고양가사담당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표 저서로는 『부모가 함께 자라는 아이의 사회성 수업』, 『흔들리지 않고 ADHD 아이키우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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