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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아이사랑 제60호] 부부탐구중

부부탐구중
부부가 함께하는 요가수련

부부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언약의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이나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과정을 견딜 수 없어 아내나 남편 각자 서로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한 아내가 주변의 조언을 듣고 주민센터 부부댄스교실에 등록을 했답니다. 어쩐 일인지 남편도 승낙을 해주었으니 이참에 소원해진 부부 관계가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도 생겼답니다.

어찌어찌 남편을 설득해 댄스교실까지는 갔는데 글쎄, 남편이 댄스슈즈를 신지 않겠다며 버럭 화를 내더니 결국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더랍니다. 물론 부부라고 해서 상대방에게 나의 취미를 강요할 수 없고 서로의 취향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혼자 남은 아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남편이 조금만 생각해주었으면 어땠을까요? 남편이 신발을 갈아 신지 못할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건 아닌지 아내가 눈치채주었으면 어땠을까요?

저희 부부는 6년 째 함께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베트남에서 거주를 하고 있었고, 집 근처 문화센터에 요가 수업을 들으러 다녔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제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내가 주 3회 요가를 하고 있는데, 혹시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그렇게 30명이 넘는 사람들 틈에 껴서 에어컨도 없이 땀을 흠뻑 흘리며 수련을 했습니다.

수련생 전원 여성에 현지인들뿐이었는데 수줍음 없이 당당하게 수련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은 요가를 해보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몸이 원하는 것이 느껴졌대요. 들숨, 날숨, 오른쪽, 왼쪽 정도만 알아들었던 터라 눈으로 보고 따라하기를 반 년, 나중에 알고 보니 왠지 모르게 집중을 잘했던 남편은 저를 만나기 전에도 꾸준히 명상을 했었대요. 쑥스러움 없이 소신 있게 요가를 하는 멋진 모습 뒤에, 마음이 단단할 수밖에 없던 비결이 있더라구요.

좋은 룸메이트부터 되기

지구 반대편에서 자라온 우리는 참 많은 점이 달라요. 샐러드를 만드는데 30분이 걸리는 남편과 5분이면 뚝딱 만들어버리는 나, 씨에스타가 있어 낮잠이 익숙한 남편과 이른 아침부터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 오해도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했습니다. 서로가 자라온 환경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베트남을 떠나 한국과 스페인에서 몇 달간 살아 보기로. 평생을 함께 할 부부이기 전에 좋은 룸메이트가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의 부모님 댁에 거주하면서, 집 근처 문화센터, 대학교 스포츠센터에서 꾸준히 요가수련을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도 둘이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어요. 함께 요가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는지 수업에서 만난 어머님들도 새내기 부부를 흐뭇하게 바라봐 주셨습니다.

부부 생활은 수련의 연속

미국에서 요가강사과정을 마치고, 남편의 나라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스페인으로 갔어요. 잠시 머무르는 거라 요가원을 등록해서 꾸준히 다닐 수가 없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요가수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강사이지만 지도를 하다 보면 제 수련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영상을 보고 수련하는 것을 좋아해요. 한국어가 서툰 남편과 함께 수련할 수 있도록 영어로 된 요가영상을 꾸준히 업로드 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흘러갔어요. 그 동안 남편의 고질병이던 척추전만을 고칠 수 있었고, 늘 만성피로를 달고 살던 저는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 체질로 변했어요. 요가를 하면 작은 매트 안에서 내 안의 많은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거든요. 나의 나약함, 두려움, 만족감, 안락함…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아, 저 사람도 나처럼 그런 감정이 들었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음을 열고나니 대화가 점점 더 부드럽게 풀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건강해지고 힘이 생기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도 더 많아지더라구요.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이 참 쉽지 않은데, 요가는 시간, 공간에 제약 없이 매트 하나, 그리고 나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어요. 서로 눈을 마주보며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참 쑥스럽고 어색했는데, 그것도 금세 익숙해지더라구요. 모든 것은 정말 마음먹기 나름이에요.

매트 위에서 구르고 넘어지는 게
우리 인생

일상에 스며드는 요가 덕분에 숨 쉬는 것, 손발이 따뜻해지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들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트 위에서 구르고 넘어져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깔깔거리며 일어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단단해졌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함께 수련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분들이 영감을 받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수련을 하고 있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정말 뿌듯합니다. 요가 수련은 나 스스로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무언가를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교감을 할 수 있는 좋은 창구이기도 해요. 함께 집에 있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잖아요. 어린이요가, 커플요가처럼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요가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요가수련을 통해 교감의 힘을 더욱 많은 분들이 느끼셨으면 해요. 지금 이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요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꾸준한 수련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저희 부부의 요가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 하타요가

  • 커플요가

  • 파트너 스트레칭 근력운동

글·요가은
(유튜브 ‘요가은 채널'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다양한 요가 수련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편집·웹진아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