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60호] 우리 어린이집을 소개합니다

우리 어린이집을 소개합니다.

안전검사에는 합격, 아이들에게는 불합격!

철거 전 놀이기구

「2019년 개정누리과정」 놀이중심교육을 떠올리며...
‘실내에서의 놀이는 한계가 있다’라는 생각에 제일 먼저 바깥놀이터를 정비하기로 했다. 처음 평가인증이 도입되고 50인 이상 시설 어린이집의 놀이터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기존의 놀이기구는 안전에 위배된다고 하여 철거하고 부랴부랴 안전마크를 달고 나온 천편일률적인 놀이기구를 설치하였다. 바닥은 아이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탄성재료로 깔았다. 10여년이 지나며 놀이터바닥은 이끼 투성이고 눈, 비라도 온 날이면 미끄러지기 딱 좋았다. 아이들이 나른 모래나 흙으로 물 빠짐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볼트 너트 몇 개만 교체하면 안전검사에서는 합격이었다. 비위생적이며 환경호르몬도 무시 못 할 테지만 어찌하지 못하고 놀이터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연령이나 행동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영혼 없는 이 놀이기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이들 눈밖에 벗어남으로써 점차 흉물로 변해갔다.

코로나19로 힘든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

놀이중심의 핵심을 찾아가던 중 아이들이 찾지 않는 놀이기구는 더 이상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바닥을 뜯어내고 과감하게 놀이기구를 철거했다. 그리고 낮아진 바닥을 메우기 위해 황토 흙을 공수해 왔다. 넉넉한 흙을 가져와 한쪽에 높이 쌓으니 흙산이 되었고 바닥은 황토 흙바닥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등원이 미루어진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보다 더 역동적이고 신명나는 어린이집 생활을 할 수 있을까? ”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놀다가 지치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다. 놀이터와 관련하여 책자 등을 뒤적이며 몇몇 아이디어를 얻고 마음은 바쁘지만 서투른 솜씨로 하나씩 개척해 갔다. 물론 전문가를 불러서 밑그림을 그리고 그네도 만들고 미끄럼틀도 설치하면 좋겠지만, 어려운 상황에 비용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생리는 우리가 더 잘 알기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놀이터 만들기에 도전을 했다.

아이들의 특성 고려하기
  • 아이들은 완제품이나 근사한 조형물을 원하지 않는다.

  • 돌, 나무, 흙, 모래, 물과 같은 자연물을 좋아한다.

  • 어른흉내내기를 좋아하며 어른들이 사용하는 일상의 물건들을 가지고 놀기를 원한다.

줄 사다리 타는 아이들

놀이터 안쪽, 나무그늘에 가려져 있던 음습한 모래놀이터를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으로 옮기고 크기와 깊이도 전보다 훨씬 늘렸다. 놀이터 가까이에 수돗물을 끌어오고 우리들만의 그네를 만들어 묶었다. 높이가 높으면 끈으로 조절을 하면 된다. 줄사다리를 만들어 하나는 땅에 고정시켜서 덜 흔들리게 하였고 하나는 그냥 늘어뜨려서 많이 흔들리게 했다. 난이도는 본인들이 시도해보고 선택하면 된다. 쉬운 것은 성취감이나 흥미도가 낮음을 알기에 아이들은 절대 쉬운 것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넘어질지라도 도전해 보고 또 도전해 본다. 이 때 좀 더딘 아이에게는 칭찬 격려 동기 부여를 해주며 이끌어 주어야 하는 것이 교사의 몫이다.

줄 사다리 타는 아이들

아직 반에 배정되지 않은 선생님과 함께 버려진 폐타이어를 구해 와서 색을 입히고 타이어 그네도 만들었다. 높은 나뭇가지에 줄을 묶어 외줄타기도 만들어 놓았다. 줄만 하나 묶었을 뿐인데도 3~5세 유아들은 평범한 그네보다 끈을 꼬아 빙글빙글하거나 멀리까지 구를 수 있는 이 외줄타기 놀이를 더 좋아한다. 작은 톱질이나 페인트칠, 각진 모서리를 매끄럽게 다듬는 사포질은 직접 우리 손으로 했다.

기본적인 구상도 없이 놀이터부터 파헤쳐놓고 진전이 되지 않을 때는 놀이기구라도 버리지 말고 놓아 둘 걸 하는 후회도 있었다. 하지만 출근하여 날마다 밖에서 연장 들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썰렁했던 공간이 점차 채워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놀이터의 생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요

어린이 일러스트

오랜만에 등원하여 달라진 어린이집 마당을 보며 좋아하는 아이들, 전에 있던 놀이기구가 없어졌음에도 찾는 아이가 없다. 여느 해보다 맑고 투명한 하늘 아래서 타이어에 엉덩이를 푹 파묻고 햇빛샤워를 하는가 하면 리어카를 끌고 분주히 나무토막을 옮기고 동생들을 태워주고 줄타기를 하며 황토 흙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옷이 붉게 물들었다. 어린이집 은 부산스런 아이들의 움직임과 쫑알대는 소리로 활기가 넘치고 마당의 꽃과 풀들도 생기를 찾고 돌과 나무도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무언가로 채워 넣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놀이터는 아이들이 저희끼리 옹기종기 모여 놀거나 뛰어 다님으로써 채워지는 것이었다. 미완성의 놀이터가 아이들이 들어감으로 해서 비로소 완성이 되어갔다.

코로나19로 달라지는 어린이집 풍경

흙 나르는 아이들

작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 밖으로의 산책을 주로 했다면 놀이터가 바뀌고 이제는 매일 확 트인 마당에서의 놀이를 원한다. 오전에 실컷 놀고도 부족하여 “선생님!” 하고 불러서 ‘우리 밥 먹고 나와서 또 놀아요’라고 한다. 어른들이 삽을 이용하여 땅을 파면 그것을 달라고 하고, 교사가 마당을 쓸면 어느새 또 옆에서 빗질을 하여 낙엽을 쓸어 모은다. 일이 즐거우면 놀이고, 놀이가 힘들면 일이라고 했듯이 어른들에게 낙엽을 쓰는 것은 일이지만 아이의 빗질은 놀이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진정한 자유놀이다. 자연과 놀이를 통해 자라는 아이는 모험과 도전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가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의 대처하는 순발력도 뛰어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신이 건강하게 자란다.

누구도 예기치 못한 코로나 재해 상황에서 그동안 갇혀서만 지냈을 아이들에게 어린이집 마당에서만이라도 맘껏 놀게 해주고 싶었던 간절함이 놀이와 놀이터의 변화를 가져왔다. 아이들의 바깥놀이는 어느 해보다 생동감 넘쳤고 어느 해 보다 더 몰입하여 놀고 있다.

어른들은 걱정한다. 아무것도 안 가르치고 놀리기만 하면 학교에 가서 적응을 어떻게 하느냐고. 기본생활이나 인성은 의자에 앉혀 놓은 채 가르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규칙과 질서를 배우고 알아간다. 복잡한 세상의 이치도 이 작은 놀이 세상으로부터 터득해간다.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영특하며 한 단면만으로 그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현재는 놀 권리와 행복할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져야 한다.

글·최문숙(신용원광어린이집 원장)
편집 · 웹진아이사랑